뷰티&패션
이탈리아 남성의 ‘센스’를 훔쳐라!
라이프| 2012-05-17 10:31
최근 ‘그루밍족’ 사이에 이탈리아 스타일이 화두로 떠올랐다. ‘멋 내는 남자’가 급증하면서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남성복 업계와 패션잡지 시장이다.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은 고급 슈트 혹은 바지 전문 숍 등 이탈리아 스타일을 표방하는 브랜드를 속속 론칭하고 있으며 파리, 밀라노 등지에서 가방 액세서리 등 소품들을 공수해오는 편집숍도 늘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잡지의 한국판이 점령하고 있던 남성 패션지 시장도 들썩인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남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일본의 인기 잡지가 한국에 상륙했고, 유럽 6개국에서 출간되고 있는 한 이탈리아 고급 남성지는 올가을 아시아 최초로 한국판을 출간한다. 캐주얼 차림부터 출근길 복장까지 자유 분방하면서도 가볍지 않다는 점이 중후한 멋에 재치까지 겸비한 이탈리아 남자 스타일의 매력이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어떻게 ‘멋쟁이’가 되었나= 가방 옷 구두 등 ‘명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발상을 자랑하면서도, 그에 못지않게 상품성도 높다. 누구나 ‘사고 싶고, 입고 싶게’ 만든다.

현대인들이 향유하는 서양 미학의 본류도 이탈리아다. 유서 깊은 건축물과 예술품이 즐비한 이탈리아가 세계 최고의 패션산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그 속에서 살아온 이탈리아 남자들이 센스 있는 옷차림을 하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전효선 ‘레옹코리아’ 패션 디렉터는 “이탈리아의 유명 패셔니스타들은 할리우드나 한국처럼 연예인이 아니다” 며 “대부분 명문 가문의 후손들”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탈리아 남성 스타일은 오랜 시간 멋스러움을 추구한 결과물이다.   


이탈리아 남성의 뛰어난 패션 감각은 지중해의 온화한 날씨 덕이기도 하다.

정두영 반하트옴므 디자인실장은 “이탈리아 남성들은 과감하고 화려한 색상을 즐긴다”며 “강한 햇살과 밝은 날씨 영향도 있다”고 전한다.

이탈리아 남자들의 옷차림이 ‘화려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색상을 영리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전효선 ‘레옹 코리아’ 패션 디렉터는 “말쑥한 감색 슈트에 빨간 양말, 회색 재킷에 땡땡이 무늬 스카프처럼 색과 디자인이 매우 튀어도 이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할 줄 안다”고 전한다. 즉, ‘포인트 아이템’ 구사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

이탈리아 남자들은 팔찌나 목걸이, 반지 등의 착용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손목에 시계와 팔찌를 겹치고, 발목이 드러나는 바지에 보통 여성들이 여름철에 즐기는 찰랑거리는 발찌를 하기도 한다.

또 그들은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을 기울이는 세심함을 보인다. 같은 셔츠라 해도 커프스를 재킷 소매 위로 살짝 접고, 아래로 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바지를 입는다. 넓은 등을 강조하고 다리가 길어보이는 실루엣으로 더욱 ‘섹시’해 보이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패션 속에서 보이는 ‘일탈’이다. 슈트에는 사실 불문율 같은 착용법이 있다. ‘턱시도 재킷 안에는 드레스 셔츠를’과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남자들은 편안한 차림과 격식을 갖춘 차림을 세련되게 섞는다.

전효선 디렉터는 “기존 상식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용기가 이탈리아 남자 패션의 핵심”이라고 평했다.


▶‘멋남’ 꿈꾸는 한국 남자…이탈리아 남자의 센스를 훔쳐라= 패션은 따라할 수 있지만 스타일은 흉내내기 힘들다. 스타일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 하지만 기본 아이템만 확실하게 갖추면 한국 남자도 세계 최고 멋쟁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 ‘멋남’ 꿈꾸는 한국 남자, 우선 옷장 점검부터 하자. 

검은색은 가라. 이탈리안 슈트의 기본은 감색 또는 회색이다. 여기에 두루두루 어울리는 회색 바지 한 벌과 스웨이드 소재 갈색 구두 한 켤레면 기본은 된다.

전효선 디렉터는 “기본 아이템을 구비한 후 셔츠나 액세서리를 바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아낸 후 스타일을 발전시키면 된다”고 말한다. 

슈트는 몸에 살짝 끼는 듯한 사이즈로 고른다. 어깨선부터 몸통, 바지까지 날씬하게 떨어지는 라인에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좋다. 재킷은 두 줄 단추로 이뤄진 ‘더블브레스트(Double breasted)’로 선택하면 세련되고 고전적인 분위기도 풍긴다.

품이 좁아진 만큼 재킷과 바지도 조금 짧은 느낌으로 입으면 어울린다. 이탈리아 슈트의 대표격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올봄ㆍ여름 컬렉션에서도 발목까지 오는 짧은 기장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여기에 체크 패턴이나 데님 소재 셔츠를 착용한다. 소품으로는 빨강, 파랑 등 튀는 색상의 시계를 차고, 등산화처럼 투박한 부츠를 신으면 어느 정도 이탈리아 남자의 센스를 훔친 셈이다. 이 차림이 익숙해지면 핵심적인 한 가지만 강조하는 ‘원 컬러 포인트(One color point)’ 스타일을 좀 더 과감히 시도해 볼 수 있다.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단색 재킷에 빨강, 노랑, 파랑, 분홍 색상의 바지를 매치하는 식이다. 선명한 원색이 부담스러우면 채도가 낮은 카키나 와인색을 활용하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따라잡으려면 사소한 것에도 ‘집착’해야 한다. 같은 옷이라도 좀 더 ‘시크(Chic)’해 보이기 위해서다. 옷차림 연출에서 가장 어렵다는 ‘무심한 듯 세련된’ 단계이다.   

셔츠의 소매 끝을 아무렇게나 걷어 올리거나 단추를 몇 개 풀어라. 결코 계산된 것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패션이다. 또 슈트 재킷 가슴 주머니에는 손수건 대신 만년필, 안경, 선글라스, 장갑 등을 꽂는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다가 무심코 꽂은 듯 보인다. 옷 잘 입는 남자는 일도 잘해야 한다. 

패션 홍보ㆍ컨설팅 전문업체인 비주컴의 이경연 과장은 “이탈리아 남자 스타일을 따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두려움을 버리는 것’”이라면서 “멋과 개성을 중시하는 그들의 자신감과 용기까지 장착하는 게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