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서경배 대표의 역주행 경영론
뉴스종합| 2012-05-31 11:21
아모레퍼시픽이 경기도 오산에 생산ㆍ물류 시설을 한 데 모아 놓은 뷰티사업장을 준공했다. 대지면적 22만4000㎡ 규모의 사업장에서 설화수, 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의 전 브랜드 제품이 연간 1만5000t 상당 쏟아져 나오게 된다. 2009년 5월 첫삽을 떴으니 3년을 꼬박 공들인 작품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자면 사업장을 새로 짓는 것은 시류와 반대되는 ‘역주행’ 같은 선택이다. 화장품은 국내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들을 통해, 자체 연구시설이나 공장 없이도 얼마든지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가두점 브랜드 등 많은 중소 화장품업체들이 OEM이나 제조업자 설계생산방식(ODM) 만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은 감성소비상품이다 보니 광고나 마케팅이 제품 자체의 기술력을 압도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생산도 모자라 수원과 김천에 있던 생산기지를 오산으로 옮겨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의 품질우선주의와 맞닿아 있는 선택이다.


서 대표는 지난 30일 준공식을 기념한 간담회에서 “사업장을 지으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절대 품질’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연구가 이뤄져도 ‘절대 품질’을 만들어낼 수 없으면 세계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손길을 끄는 것은 결국 제품의 품질이고, 뷰티 한류의 확산도 품질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서 대표의 이 같은 품질론은 벌써 3대째 내려오는 기업 철학이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이자 서 대표의 아버지인 고(故) 서성한 회장은 “좋은 원료에서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말로 품질론의 씨앗을 뿌렸다. 이는 설화수의 전신인 진생삼미를 만들 때에도 직접 인삼을 재배할 정도로 원료에 정성을 쏟는 것으로 표현됐다.

품질에 대한 창업주의 고집은 한 대를 더 거슬러 올라간다. 개성의 집에서 직접 동백기름을 짜서 팔았던 고(故) 윤덕정 여사는 남쪽 지방 상인들에게 얻은 최상급 동백나무 열매를 고집하는 모습으로 아들인 고(故) 서 회장에게 원료와 품질에 대한 믿음을 직접 보여줬다.

서 대표는 선대 회장의 철학을 이어오기 위해 오산 사업장에 아모레원료식물원과 유기농센터 등을 만들었다. 화장품의 원료를 재배하는 단계에서부터 꼼꼼한 품질관리를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발현인 셈이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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