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현지서 행사 진두지휘
만리장성 공략 힘 실어주기 포석
‘위기 진원지서 위기 극복’ 전략결실
경쟁사 판매 감소불구 나홀로 성장
유럽이은 ‘中 승부수’ 성공여부 촉각
‘그의 발걸음을 주목하라.’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놀라운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유럽에 이어 중국을 공략한다. 그 중심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공격경영’이 있다.
불황의 근원지, 유럽을 직접 방문하며 선두 지휘한 정 회장이 이제 발걸음을 중국으로 옮긴다. 성장통을 겪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에서 생산량 감산 대신 오히려 대규모 생산공장을 연이어 선보인다. 유럽에 이은 정 회장의 ‘공격경영’이다. ‘어게인(again) 유럽’을 꿈꾸는 현대ㆍ기아차의 야심 찬 도전이기도 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 현대차의 베이징 3공장 준공식과 기아차 옌청 3공장 기공식이 중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두 행사 모두 정 회장이 직접 행사를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 공략에 정 회장이 직접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현지 합작법인 등과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 방문해 기아차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현대ㆍ기아자동차] |
정 회장의 현장 방문이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유럽 시장에서 보여준 성과 때문.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9월에 이어 지난 3월 연이어 유럽 시장을 직접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유럽 지역 사업 현황 회의를 주재하고 딜러들을 직접 만나 판매를 독려했다. 또 신형 ‘i30’나 ‘씨드’ 등 공격적인 신차 출시로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유럽발 위기를 유럽 시장에서 극복하겠다는 정 회장의 ‘역발상’은 성과로 증명됐다. 지난 1~4월 유럽 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현대차는 9.7%, 기아차는 23.1%나 판매량이 증가했다.
폴크스바겐(-0.9%), PSA그룹(-13.5%), 닛산(-21%), GM(-11.8%), 피아트(-17.9%), 포드(-6.9%), 도요타(-7.8%) 등 주요 경쟁 업체가 모두 판매량이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다. 현대ㆍ기아차 측은 “경쟁사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력 있는 신차로 틈새를 파고든 게 주효했다”고 전했다.
중국 시장도 유럽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단일 국가로는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올해 1~4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감소하는 등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침체기에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는 건 유럽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정 회장의 ‘역발상’ 전략이다. 베이징 3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는 기존 1, 2공장과 함께 연간 10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며, 기아차 역시 중국 3공장이 완공되면 총 73만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현대차 3공장은 최근 현지 전략형 모델로 선보인 야심작 ‘랑둥(아반떼MD)’이 생산될 예정이다.
올해 중국 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현대차는 1~4월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25만2259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도 같은 기간 15.4% 늘어난 14만7525대를 팔았다. 5월 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럽에 이어 중국에서 펼치는 정 회장의 ‘승부수’가 이 같은 성과에 한층 힘을 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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