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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융위기 후유증 ‘신용 양극화’에 경제회복 발목
뉴스종합| 2012-06-20 10:34
[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1. 고소득 신용우량자인 크리스 호든 씨는 캘리포니아 주 허모사 해변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담보로 41만7000달러 상당의 모기지 대출 리파이낸싱(재융자)을 받아 매달 이자를 390달러 줄일 수 있었다.



#2. 마이아미에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다가 8개월전 실직 후 최근 재취업한 길리아나 버네일즈 씨는 신용 등급 하락으로 2년전 아파트 구입을 위해 받은 15만2000달러 상당의 모기지 대출을 리파이낸싱하지 못해 골치를 썩고 있다.



두 미국인의 엇갈린 처지가 보여주듯,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후유증인 ‘신용 양극화’(credit divide)가 미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미 가계의 대출상환 압박을 덜어주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초저금리 기조와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모기지 채권 매입 등의 정책 수혜를 일부 고(高)신용 가계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의 저신용 가계는 여전히 고금리에 고통받고 있어 연준의 정책이 미 경제 성장의 3분의 2를 기여하는 개인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애널리틱스와 에퀴팩스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모기지 대출의 약 90%가 피코(FICO)점수 700~850점의 신용 우량 가계에 쏠렸다. 부동산 붐을 업고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앞다퉈 모기지 대출을 남발했던 미 은행권이 위험 관리에 나서면서 저신용자를 외면한 탓이다.

연준의 초저금리 기조와 2조7000억달러 상당의 장기채 매입 등 서브프라임발(發) 금융위기 진화 대책에 힘입어 지난해 3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금리는 신용점수 750점의 가계의 경우 4.44%에서 3.53%로 0.91%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신용점수 650점의 가계는 금리가 4.82%에서 4.04%로 0.78%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문제는 고신용자들의 경우 대부분 가용 현금이 풍부한데도 모기지 이자 지불에 따른 세금 혜택을 노리고 모기지 리파이낸싱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이자를 덜 내게 된 만큼 소비하지 않고, 저축이나 투자에 나서고 있어 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호든 씨의 경우에도 모기지 대출 이자를 줄여 금이나 신흥 시장, 미국 주식, 유럽 은행등에 투자했다. 이러다보니 연준내에서도 정책효과를 높이려면 신용 양극화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 상황에서 추가적인 정책 조치는 오히려 미 가계의 신용 양극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연준의 추가적인 통화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WSJ는 연준의 정책 덕분에 미 가계의 신용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주가 부양 및 수출 진작 등이 나타나고 있지만, 연준 정책이 미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수단이 신용이라는 점에서 신용 양극화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오는 20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단기채를 장기채로 바꿔주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의 연장이나 초저금리 기조의 시한을 오는 2015년으로 1년 더 늦추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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