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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전법 개정 ‘지구촌 비핵화’ 노력에 찬물
뉴스종합| 2012-06-21 10:48
[헤럴드 경제=김영화ㆍ김현경 기자]일본의 원자력 관련법 개정이 핵의 군사적 이용을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고있다. 일본내에서 정치권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절차상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모스크바 협상의 무산으로 이란 핵위기가 재부각되는 가운데 일본의 이번 조치는 ‘지구촌 비핵화’를 향한 노력에 반하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반발도 예상된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20일 일본 국회를 통과한 원자력규제위원회 설치법의 부칙에 포함된 원자력기본법의 기본방침이 34년만에 바뀌었다. 원자력기본법은 일본이 핵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규정한 최초의 법률로, 일본 ‘평화헌법’ 하에서 비핵 3원칙의 기초가 돼왔다.

▶핵무기 개발 합법화=그런데 이번에 여야 합의로 원자력기본법 2조에 ‘원자력 이용의 안전확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재산의 보호, 환경보전과 함께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항목이 추가됐다. 여기서 ‘안전 보장에 이바지한다’라는 문구를 두고 일본 지식인 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합법화한 것이란 지적이다. 아울러 법 개정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가 공론의 장을 통한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애초 정부가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법안에는 ‘안전 보장에 이바지한다’라는 문구가 빠져있었으나 야당과의 협의 과정에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우익 성향의 자민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러다보니 법안이 중의원(하원)을 통과할때까지 국회의 홈페이지에도 게시되지 않았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등이 창설한 ‘세계평화 호소 7인 위원회’는 지난 19일 “실질적인 (핵의) 군사이용의 길을 열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국익을 해치고, 화근을 남겼다”는 내용의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야마자키 마사카쓰(山崎正勝) 도쿄공대 명예교수도 “개정 법안에서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라는 의미가 확실치 않아 핵무장으로 연결될 우려를 떨쳐낼 수 없다”면서 “별도의 논의가 거의 없이 (원자력기본법을) 변경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핵무장능력 이미 충분=일본은 핵폭탄제조에 들어가는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을 다량 보유하고 있을뿐 아니라 이를 운반할 발사체기술도 뛰어나 마음만 먹으면 당장 장거리 핵마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플루토늄의 경우 지난해 일 내각부의 발표에 따르면 30t 가량 보유하고 있다. 이는 나가사키에 투하됐던 20Kt 위력의 핵폭탄 5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일본은 또다른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도 지난해 기준 1200~1400kg 갖고 있다. 아울러 핵 재처리 시설과 함께 우라늄과 중성자가 합쳐져 플루토늄이 만들어지는 고속증식로를 개발하고 있다.

핵무장을 촉구하는 일본 우파들의 목소리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들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도 원전 증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자민당 의원은 법 개정을 둘러싼 파문이 일자 “일본을 지키기 위해 원자력 기술을 안전보장의 관점에서도 이해해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반대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도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선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우익 원로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신당 참가의 전제 조건으로 핵무기 모의실험을 내걸었다.

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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