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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만 하면 '낚이는' 중고차시장 왜?
뉴스종합| 2012-07-02 10:07
허위매물, 미끼매물도 모차라, ‘스펙 세탁’(?)까지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방금 팔렸습니다” “알고보니 사고 이력이 있네요. 다른 차로 보여드릴게요”

중고차 시장에서 ‘허위매물’ ‘미끼매물’에 대한 딜러들의 주된 변명이다.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더 이상 이 같은 ‘고전적인 수법’에 넘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딜러들은 새로운 유인책을 연구(?)할 수 밖에 없다. 직장인 A(31) 씨는 최근 한 중고차 딜러의 새로운 수법에 깜빡 속고 말았다.

중고차 구입을 계획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 A 씨. 중고차 시장에 허위매물이 많다는 건 워낙 알려진 사실이라, A 씨는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차량은 일단 ‘허위매물’로 분류하고 나머지 매물을 훑어보던 중 마음에 드는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 구석구석 사진정보는 물론이고 ‘무사고’임을 증명하는 점검 내역까지 확인하고는 딜러에게 전화를 건 A 씨. 딜러는 부천의 B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해당 차량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중고차 매매단지에 도착한 A 씨에게 딜러는 총 4대의 소나타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 중에는 문의했던 ‘2009년식, 주행거리 3만 ㎞, 흰색 소나타’는 없었다.

A 씨가 어찌된 영문이냐고 따지자 딜러 B 씨는 한 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죄송하다”고 대뜸 사과를 했다. B 씨는 이어 “2008년식을 2009년식으로, 주행거리 6만㎞를 3만㎞로 속였다. 가격을 낮추면 손님들이 의심을 해서 차량 스펙을 좋게 꾸밀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중고차 등록비를 조금만 낼 수 있도록 조정해 주겠다”며 다른차 구입을 종용했다. A 씨는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랬다는 딜러 앞에서 그저 ‘낚였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낚고 낚이는’ 중고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는 중고차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도 만연해있다.

최근 집을 넓혀 이사를 가려고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한 주부 C(38)씨. 그는 “ ‘허위 매물’ 때문에 이사도 가기전에 지쳤다”고 서슴없이 얘기했다. C 씨는 “전화를 하면 매물이 있다고 하지만 막상 가보면 ‘집주인이 마음이 변해서 얼마를 더 달라고 한다’ ‘시세보다 저렴해서 벌써 나갔는데 조금 비싸지만 다른 집을 보자’는 식으로 똑같은 레퍼토리만 늘어놨다”고 토로했다.

유명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에서는 ‘중고 거래’ 중 겪었던 피해 사례가 자주 올라온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의 ‘차량’이나 다름없는 유모차의 경우, 그 중고거래 가격은 ‘연식’ ‘브랜드’ ‘보관 상태’ 등을 감안해 책정된다. 하지만 막상 물건을 받고 보면 설명이나 사진과는 딴판인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대한 규제나 단속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 사이버팀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는 추세에 맞춰 구매자를 현혹하는 낚시 행위가 판치고 있어 근절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고 거래 부작용 및 범죄예방을 위해 포털사이트는 물론 회원수 900만명이 넘는 온라인 카페 운영진과 공동으로 매도인의 계좌번호, 휴대번호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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