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정의로운 척…하지만 뻔뻔한 정부
뉴스종합| 2012-07-04 10:46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정부는 올해부터 만 5세 아동들에 대한 무상보육 정책 ‘누리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3ㆍ4세까지도 확대 적용된다. 올해까지는 3ㆍ4세 유아들의 경우 소득 하위 70% 가정에만 지원되던 보육료를 내년부터는 전계층에 확대 실시하기로 예정된 상황.

이런 참에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3일 입바른 소리를 했다. “재벌가 손자에게까지 주는 보육비를 줄여서 양육수당을 차상위 계층에 더 주는 게 사회정의에 맞다”는 말이다.

김 차관의 발언은 지난 4월 ‘균형재정 회복’ 관련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나온 얘기다. 당시 김 차관은 “정치권에서 수혜자를 소득 하위 70%에서 100%로 늘린 탓에 지방정부 측과 협의가 안 됐다”고 말했다. 돈도 부족하고 사회정의에도 안맞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가 이것을 지금에야 알았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해 박재완 기재부 장관은 한창 사회적 이슈였던 무상급식과 관련 “우리 후손들이 ‘공짜 점심’의 대가를 치르지 않도록 재정 건전성 복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가 국정 감사장에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정면대응한 소신발언으로 정부 내에서는 지지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불과 몇 달 사이 그보다 5~10배 더 많은 재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무상보육 프로젝트 누리과정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균형재정을 이루면서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MB 정부에서 보육은 책임지겠다는 정책 방향과 같이 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제 시행한지 불과 반년. 재정여력이 취약한 몇몇 지자체들은 “더 이상 영유아 보육비 지원 사업은 유지 못하겠다”며 정부의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하반기 내수 활력을 위해 4조원 이상의 재정을 기금 형태로 추가로 투입하기로 한 정부가 지자체에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예견됐던 문제들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일 “당시 정부가 여러가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실책을 인정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상황에 맞춰 입장을 바꾸는 모양새에 국민과 지자체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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