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리비아 43년 만에 첫 민주 선거…이슬람주의 vs 서구식 민주주의
뉴스종합| 2012-07-09 09:48
[헤럴드경제=김인혜 인턴기자]리비아에서 43년 만에 처음으로 첫 민주 선거가 지난 7일(현지시간) 치러진 가운데 9일 발표예정인 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자지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누리 알 아바르 리비아 선거관리위원장은 7일 밤 8시 투표 마감 뒤 잠정 집계 결과, 유권자 280만명 중 160만여명이 선거에 참여, 약 60%의 투표율 기록했다.

이번 선거는 헌법 제정을 위한 제헌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것으로, 선거에서 200명의 임시 의회 의원을 먼저 뽑고 내년에 정식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 재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3708명의 후보자들이 출마했고 30개가 넘는 정당이 창단됐다.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정당과 후보자가 다수를 차지하며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후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개표 결과는 이르면 9일부터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비아의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정의건설당’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밖에 이슬람에 동조하는 다른 정당들도 선전해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도 이슬람세력이 집권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건설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가운데, 역시 이슬람 성향인 ‘국토당(알와탄)’도 선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 동조세력이 리비아에서 정권 창출을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리비아는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독재정권 축출 후 이슬람 정권이 설립된 세 번째 국가가 된다.

일각에서는 이슬람주의 정당의 집권을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전하고 있다. 초기 개표 결과 40여 개 자유민주주의 계열 군소정당 연합체인 ‘국민연합’이 주요 도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알아시마 민영방송은 마흐무드 지브릴 전 과도정부 총리가 이끄는 국민연합이 트리폴리 중심가에서 80%, 빈민층이 많은 아부슬림에서 90% 이상을 득표했다고 전했다. 동부 벵가지와 알베이다에서도 70∼80%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국민연합이 승리하면 왕정과 이슬람 정권 일색인 아랍국가의 정치 판도에 서구 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될 수도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 1969년 무아마르 카다피가 쿠데타로 집권한 뒤 권좌에서 물러나 43년 만에 치러진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리비아에서는 1952년 왕정 시절 치러진 총선거가 가장 최근의 자유선거였다. 이로써 리비아는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가다피가 물러난 나라 가운데 튀지니, 이집트에 이어 3번째로 민주 선거를 실시한 나라가 됐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제헌의회가 구성되면 과도정부는 해산될 전망이다. 제헌의회가 두 달 내에 임시정부를 구성하게된다.
임시정부는 제헌위원회를 만들어 헌법 초안과 선거법을 마련해 6개월 안에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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