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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주’ 獨은행들, 스페인ㆍ伊은행 해결사役 기대난
뉴스종합| 2012-07-16 16:36
[헤럴드경제=윤현종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주부터 스페인ㆍ이탈리아 은행부실의 해결사 역할을 독일 등 북유럽 은행에 넘기려 하고 있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어떤 정책수단도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등 북유럽 은행들이 남유럽 은행들에 여전히 은행간 대출을 규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CB가 지난 11일 예치금리를 제로(0)수준까지 낮추며 스페인ㆍ이탈리아 등 남유럽 은행에 대한 대출 규모를 줄이고 이런 역할을 독일 등 북유럽 은행들이 대신 맡도록 유도했지만, 정작 남유럽 부실은행의 ‘물주’인 독일 은행들은 꿈쩍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바로 ‘불균형적인 유동성 흐름’이다. 스페인 등 남유럽 은행들은 부실을 메꾸고자 줄곧 ECB의 대출을 이용했다. 그러나 정작 이 돈은 모두 독일 등 북유럽으로 흘러갔다. 남유럽 현지 은행에서 대출받은 남유럽 시민들의 돈은 대부분 독일산 물건을 사는데 쓰이기 때문이다. 결국 ECB에서 흘러나온 남유럽 소비자들의 돈은 독일 등 북유럽 은행 금고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즉, 남유럽 전체가 경제활동을 북유럽에 의존하면서 ECB에서 남유럽은행권으로 흘러간 돈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WSJ는 스페인 중앙은행의 6월 자료를 인용해 “실제로 스페인 은행들은 ECB에 빌린 돈이 6월에만 3650억 유로(4467억 달러)로 올초의 두 배 규모가 됐지만 ECB로 되돌아온 액수는 280억유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도 6월분 ECB대출액이 2810억 유로에 달했지만 120억 유로만 ECB로 돌아왔다.

ECB는 이같은 손실을 만회하고자 북유럽 은행들이 나서도록 했으나 독일 은행의 경우 5월 현재 2750억 유로에 달하는 유동성을 쌓아놓고도 여전히 남유럽 은행들에 대출길을 막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와 관련, 키너 라크하니 시티그룹 애널리스트는 “(ECB가 예치금리를 0%로 낮추며 은행간 거래 활성화를 유도했지만) 전망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도 지난달 “은행간 유동성거래 시장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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