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
“새벽에 일어나 밭일한 사람이 큰소리 치는거야” … 평생 부지런했던 아버지 집념도 남달라
뉴스종합| 2012-07-20 11:36
“아버님은 평생 부지런하셨죠. 아무도 안 하는 것을 하려고 했고, 추진력도 대단했습니다.”

최신원(60·사진) SKC 회장의 최종건 창업회장에 대한 회고다. 최종건 창업회장의 둘째 아들인 최 회장은 기자와 워커힐호텔 한 식당에서 만나 시종일관 가슴 뭉클한 사부곡(思父曲)을 불렀다. 워커힐호텔 곳곳에 창업회장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있어서일까.

“아버님과 구인회 LG 초대회장, 정주영 현대 선대회장은 공통점이 있었어요. 바로 부지런하다는 것이었지요.”

그가 기억하는 최종건 창업회장은 매일 새벽 5시 30분께 일어나 공장을 한 바퀴 돌고 집에 돌아온 후 식사를 하고 다시 사무실에 나갔다. 하루도 이런 일정은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새벽에 일어나 밭에 가 일한 사람이 오늘날 큰 소리치며 사는 거야. 자는 사람은 남는 것 없다’고 교훈처럼 말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단다. 그런 부지런함이 통해서인지 정주영 선대회장과는 그래서 형님 아우하며 친하 게 지냈다고도 회고했다.

경영자로서의 추진력과 집념도 남달랐다고 추억했다.

“한 번은 아버지가 너무 아파 누워계실 때 은행 자금줄이 끊어진 겁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은행에 가 은행장실 문을 뻥 걷어차더니 ‘행장, 정말 이러실 겁니까’라고 하셨다고 해요.”

은행장이 놀라서 ‘아파서 누워있다는 사람이 어떻게 알았느냐. 한다’고 해 금방 자금줄이 풀렸단다. 배포가 큰 경영자 모습을 보여준 일화다.

최 회장은 ‘아버지 최종건’ 회장을 유독 그리워했다.

“아버님은 나를 무척 귀여워하셨어요. 내가 어렸을 때 가족과 안양유원지에 놀러갔는데, 내가 그만 길을 잃어서 가족과 헤어진 적이 있어요. 그때 아버지가 유원지 내 수영장 물을 다 뺏다고 해요. 내가 혹시 수영장에 빠져서 죽은 줄 알고….”

부정(父情)에 대한 추억이 본격화하자 최 회장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 사무치는 그리움 탓일 게다. 아버지와 얽힌 소소한 일상사도 공개했다.

“아버지가 처음 미국 출장을 갔는데, 조카 선물까지 일일이 사오면서 내게도 당시엔 너무도 귀한 ‘카우보이 모자’를 주셨어요. 너무 기뻤는데, 어머니가 귀한 것이라고 쓰지 말라고 했지요. 그래서 잊고 잃어버렸는데, 너무 아쉬워요.”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지만, 한국기업사에 남다른 기업가정신을 보여준 최종건 선대회장을 위해 그는 워커힐호텔에 기념관을 세울 계획이다.

“워커힐은 아버님이 제일 마지막에 인수했고, 애착도 강한 회사였습니다. 아버님 기념관은 그래서 더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아들이기도 하지만 기업인으로서 창업가 정신을 잘 받드는 것, 그게 제가 할 일 같습니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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