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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듯 닮은 두 독재자, 카다피 vs 알 아사드
뉴스종합| 2012-07-20 11:27
알아사드는 카다피와 ‘판박이’..다른 점도 있어 귀추 주목

[헤럴드경제=윤현종기자] 18일(이하 현지시간) 자행된 폭탄테러로 핵심측근을 잃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19일 시리아 국영 TV에 등장해 건재를 과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론 플레이와는 상관없이 이틀 새 수만 명의 난민이 생겼다. 반군은 주요 국경지대를 장악하며 혹시라도 있을 대통령의 국경탈출 가능성에 대비 중이다.

주요외신은 19일 “시리아 국영TV가 18일 알 아사드 대통령과 새 국방장관의 면담 모습을 방송했다” 며 “화면에 등장한 아사드는 침착한 모습이었다” 고 보도했다. 레바논의 한 소식통은 이날 “폭탄테러가 일어난 18일부터 오늘까지 레바논 국경을 통해 시리아를 탈출한 사람들이 2만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 대변인은 시리아 반군이 19일 터키와 이라크로 이어지는 관문들을 모두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시리아에서 진행중인 사태 흐름과 알 아사드 대통령의 행보는 작년 같은시기 리비아를 닮았다.

▶언론등장 건재과시 카다피 ‘판박이’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전 국가원수도 작년 반정부시위가 내전으로 격화하는 과정에서 여러차례 방송에 등장해 건재를 과시했었다. 카다피 전 원수는 2011년 2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지 8일 만에 국영TV에 등장하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그러나 위기를 느낀 카다피 전 원수의 핵심측근과 관료들은 속속 그의 곁을 떠났다. 이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군사작전이 시작됐고 5월엔 카다피 전 원수의 직계가족들이 사망했다. 그는 8월 다시 육성방송을 통해 “반군을 몰아내라”며 자신의 최측근 혁명수비대 등 정부군을 독려했다. 그가 사망하기 불과 두 달 전이었다.

이처럼 언론에 등장해 건재함을 ‘애써’ 과시하는 모습은 알 아사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아사드는 독일 ARD 방송과 만나 “나는 카다피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때 이미 그의 주변은 이렇다 할 측근이 없을 정도로 공백상태였다. 군 장성과 외교관들도 지난 6월 이후 100명 가까이 정권에서 빠져나갔다. 이어 18일 폭탄공격은 ‘아사드 핵심 측근의 씨를 말렸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날 국영TV에 등장한 알 아사드 대통령의 화면에 육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그의 신변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중이다.

결국 알 아사드의 시리아 정권도 카다피의 리비아처럼 ‘민중봉기 → 군부ㆍ권력핵심의 연이은 이탈 및 사망 →언론을 통한 지도자의 건재과시 → 난민행렬ㆍ반군의 압박 → 지도자 사망ㆍ정권붕괴’라는 수순을 밟게 되리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막강 군사력, 화학무기..국제사회 ‘무대책’은 리바아와 달라= 물론, 시리아와 리비아에는 차이점도 있다. 리비아 내전 당시엔 서방세력이 깊숙이 개입했다.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쉽게 점령한 것도 나토군의 공습으로 카다피 친위부대가 무력화 된 덕이었다. 게다가 리비아 정부군의 군사력도 미미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다르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정부군이 반군에 밀리지만 시리아 군 세력도 여전히 만만찮다. 이들은 과거 이스라엘과 세 차례나 중동전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시리아가 보유중인 화학무기도 위협적이다. 작년 리비아 내전 당시 카다피 정권의 화학무기는 미국의 철저한 감시를 받은 바 있지만 시리아의 경우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회원국이 아닌 탓에 정보 파악이 힘들다. 게다가 리비아가 갖고있었던 화학무기는 9.5t 정도에 불과했으나 시리아는 매년 수백t의 화학무기를 생산, 세계 최대 화학무기 보유국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화학무기 생산지로 추정되는 곳만 시리아 내 5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로 망명한 나와프 파레스 전 이라크 주재 시리아 대사는 19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물러설 곳이 없게 된다면 화학무기를 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 인사들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실제로 시리아 정부군은 홈스 등 일부지역에서 화학전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시리아가 맹독성 사린 신경가스와 겨자 가스, 시안화물 가스 등을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책이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리비아와의 차이점이다. ‘대책부재’의 중심엔 러시아와 중국이 버티고 있다. 시리아와 밀월관계인 러시아는 유엔 등 국제사회가 준비중인 비(非)군사적 제재조치에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시리아 제재를 담은 유엔의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두 나라가 시리아 제재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 9개월 동안 이번이 세 번째다.

제재안은 평화 위협과 침략 행위 등에 대해서는 경제적 또는 무력적 제재를 할 수 있다는 유엔헌장 7장에 기반하고 있었다. 이 제재안의 부결로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정전 협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기 위해 파견된 유엔 감시단의 장래도 불투명해졌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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