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재원 기자] 지난해 8월 1일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지 1년이 지났다.
미국 증시는 강등 이전과 비교해 오히려 상승한 반면, 아시아 주요 증시는 여전히 10% 이상 하락해 있는 상태로 엇갈린 모습이다.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전염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증시가 고스란히 그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헤럴드경제가 지난해 8월1일 이후 지난 2일 종가 대비 세계 23개 국가의 주요 주가지수 등락율을 분석한 결과, 미국 증시는 되레 오르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아시아 증시가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3개국 가운데 최근 1년 새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한 국가는 경제구조가 취약한 러시아로 -31.7%나 하락했다. 이어 유로존 위기의 중심 국가인 스페인이 -31.6%, 이탈리아가 -25.0%로 뒤를 이었다.
이어 중국 상해종합지수 -21.9%, 코스피 -13.9%, 일본 니케이지수 -13.1% 등 한ㆍ중ㆍ일 증시의 하락폭도 컸다. 대만과 홍콩 지수도 각각 -16.4%, -13.1% 떨어졌다.
미국 신용 쇼크와 유로존 재정위기가 부각됐던 지난 1년간 아시아 증시의 충격이 유난히 큰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먼저 미국과 유로존 경제 위기로 급전이 필요한 글로벌 투자자금이 아시아에서 급격히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유럽 국채 가격 폭락으로 부실화된 유럽 은행들이 자본충실도를 지키기 위해 위험자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위험자산이면서도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 등 아시아 주식이 그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로존의 경기 위축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의 대외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이미 두달째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최근 1년 사이 미국과 동남아 증시는 올랐다. 다우존스 등 미국 3대 주요 지수는 모두 6%대 상승했다. 미국은 위기를 전후해 꾸준한 통화 확장정책으로 대외 경쟁력이 살아나고 내수를 부양하면서 경기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16.3%와 4.9% 오른 필리핀과 태국 등 동남아는 높은 성장성과 화폐 강세, 글로벌 경제와의 낮은 연관성 때문에 대안 투자처로 부상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은 여전해 아시아 주요 증시가 충격을 감내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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