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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환불 ‘사각지대’제도 마련 시급
게임세상| 2012-08-08 11:35
[헤럴드경제]- 아이 핑계 대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결제 … 플레이 한 후 환불하면 된다는 위험한 인식
- 블로그 악용 위협에 게임업체 진땀 … 건전 소비자 권익 추락, 복잡한 철회 절차도 문제

최근 아이한테 스마트폰을 맡겼다가 예상치 못한 앱 결제로 환불을 신청하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를 악용해 공짜로 게임을 즐기려는 일명 ‘게임스틸러’까지 덩달아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게임 커뮤니티나 인터넷 카페에서는 “OOO 공짜로 다운받는 법”, “스마트폰 게임(앱)환불 하는 요령”이라는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부도덕한 방법으로 유료게임을 무료로 플레이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게임업체의 경우,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 중 일부는 게임스틸러라는 것을 알면서도 SNS, 블로그를 동원한 협박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환불해 준다는 입장이다.

피해를 보는 것은 정당히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경우, 실제로 의도치 않게 환불을 요청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게임스틸러로 오해 받아 가족관계 증명서를 제출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 후에야 청약철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 게임스틸러들은 스마트폰게임사들의 비난 여론을 악용, 유료 게임(아이템)을 결제하지 않고 즐기려는 행태를 보인다

[우리 아이가 … 실은 우리 조카가 …]
“환불이요? 우리 애가 스마트폰으로 장난치다가 결제된 건데 왜 돈을 내야 하냐며 화내시는 분들이 가장 많으시죠. 사연을 들어보면 실제로 그러한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는 분들도 적지 않다는 게 문젭니다. 확인 절차에 들어가면 곧바로 사실 우리애가 아니라 조카가…라며 말바꾸시는 분들이 상당하세요.”

다운받은 게임을 실컷 플레이해 놓고 환불을 요구하는 게임스틸러의 행태는 크게 네 가지로 파악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실제로는 본인이 다운로드받은 것을 아이가 결제했다’고 주장하는 것부터 ‘실수로 결제 됐다’, ‘아무런 조작을 하지 않았는데 돈이 나갔다’, 심지어 이동통신사 상담원을 사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사유가 정당하지 않더라도 환불을 안 해 줄 수가 없다”며 “몇 가지만 확인해 보겠다고 양해를 구하면 블로그나 트위터에 우리 회사가 마치 악덕업자인 마냥 포스팅을 해놓기 때문에 그냥 환불 처리를 해주는 것이 오히려 기회비용을 줄이는 거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부당하게 환불처리가 되는 금액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매출에 따라 피해 금액은 각기 다르지만 줄잡아 한 업체가 달마다 몇 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의 금액을 부당하게 환급하고 있다. 게임스틸러 중에는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모 인터넷 카페에는 유료 앱을 다운로드 받은 후, 특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백업한 후, 즉각적으로 환불받으면 공짜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게임스틸러의 일부 수법이 버젓이 게재돼 있다. 그러나 이를 무분별하게 따라 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사실상 이는 불법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업체 비난 여론 악용, 게임스틸러 증가]
전문가들은 게임스틸러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스마트폰 게임사가 최근까지 환불에 있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온 점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국내 스마트폰 게임사 중 16개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이버머니를 7일 이내에 청약철회 가능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체 당 400만원의 벌금을 물었던 사건이 있었다.

사실상 게임업체가 크게 반성해야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러한 선례를 가지고 이미 플레이한 게임을 환불 가능한 것으로 오인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스마트폰게임사에 내려진 벌금형은 전자상거래법상 현금 가치가 있는 사이버머니 중 미사용한 금액을 7일 이내에 환불 가능하다는 규정을 어겨서 처벌받은 것이지, 유료 아이템(인앱결제) 같은 이미 플레이한 게임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전했다.

사실상 이와 관련된 약관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스마트폰게임의 경우 새롭게 만들어진 플랫폼인 만큼 다양한 법률이 마련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환불 약관은 부재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로써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게임업체와 소비자가 절충안을 통해 환불 문제를 처리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게임분쟁연구소 정준모 변호사는 “어떻게 보면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발생된 일”이라며 “이런 경우에는 사실상 스마트폰 게임이니 만큼 개개인 사이에서 오가는 금액은 소액이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기보다는 게임사와 소비자가 서로 상식적인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게임사나 소비자 양측 모두의 갈증을 해소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틈탄 게임스틸러가 증가하는 만큼 정당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겨온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까닭이다.

[건전 소비자 권익 실추 초래]
“기본적으로 무료로 하는 게임을 하다가 캐시 아이템을 사야겠다 싶어 몇 번을 누르니까 2,000원 짜리 아이템이 결제되더라고요. 모르고 한 일은 아니지만, 아이가 만지면 큰 일 나겠구나 생각이 들죠.” 세 살 배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민정(울산 우정동)씨가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느꼈다는 소감이다.

이처럼 얼마 전까지 인증절차가 미흡해 의도치 않은 결제가 발생했거나, 월별 결제요금 한도가 정해져있지 않아 과도한 요금을 부과했다는 민원이 늘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6월부터‘오픈마켓 모바일콘텐츠 결제와 관련한 이용자 보호 대책’을 수립, 7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인증절차를 강화하고, 인앱결제 게임의 표식을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앱스토어 별로 월별 결제 상한선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게임스틸러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실수로 결제하지 못하도록 두 차례의 확인 팝업에, 인증번호까지 입력하도록 API를 강화한 업체들은 실수를 가장한 환불요구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워낙 고의적 환불자들이 많아서, 실수 혹은 아이가 결제하기 어렵도록 시스템을 전면 변경했는데도 무조건 원치 않는 결제였다고 환불을 요구하니 힘이 빠진다”며 “특히 상습적이신 분들은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서 관리하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자연스레 게임스틸러들의 행태는 게임사로 하여금 환불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요구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건전하게 게임을 즐겨온 소비자들까지 게임스틸러로 오해받아 청약철회 과정이 불편해졌다는 점이다.

또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환불 사유가 명확한 건에 대해서는 상식적인 기준으로 환불을 처리하는 방향”이라며 “7일 이내 미사용한 캐시형 아이템에 대해서 아이템을 회수하고 환불처리를 해주고 있으며 이미 사용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환불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템 사용 여부를 확인 가능한 것은 네트워크 게임일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스탠드얼론 게임을 판매하는 게임사는 좀 더 절차가 복잡해진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소비자에게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는 게임사도 존재한다. 게임스틸러들이 극성을 부리면서 소비자 권익은 지속적으로 실추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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