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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절반 “나는 저소득층이다”
뉴스종합| 2012-08-09 11:56
퇴직 등 50대 경제행복감 최저
지방·자영업자·블루칼라 다수
응답자 19%가 계층하락 경험

주택대출·자녀교육비에 허덕
저소득층 체감도 실제보다 더 커


중간 언저리에는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시 바라보니 앞서가는 사람과 거리는 더 벌어졌다. 부지런히 일하는데도 말이다.

1980년대 호황 때 우리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못 먹고 못 입다가 잘 먹고 잘 입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때 1인당 국민소득은 5000달러 정도. 선진국 문턱을 곧 넘어설 줄 알았다.

지금 1인당 국민소득은 2만달러를 뛰어넘었다. 그런데 살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국민 절반 “나는 저소득층.”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은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11명에게 ‘2008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당신은 어떤 계층에 속하느냐’고 물었다.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50.1%에 달했다. 고소득층에서 중산층으로,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하락했다는 응답자는 3.6%, 15.5%로 각각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19.1%가 ‘계층 하락’을 경험한 셈이다. ‘계층 상승’ 응답자는 1.7%. ‘고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50대 이상, 블루칼라, 자영업자, 농림어업종사자, 읍면지역, 영호남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20대, 학생, 주부, 화이트칼라, 대도시지역, 수도권과 충청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중산층이라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조기 퇴직, 불안한 노후 등으로 50대 이상의 경제적 행복감이 가장 낮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20대 학생의 경우 경제적 부담이 가벼워 상대적으로 경제적 행복감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통계청의 분류와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통계청의 가처분소득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소득층은 2008년 21.7%에서 지난해 20.8%, 같은 기간 중산층은 63.1%에서 64.0%, 저소득층은 15.2%로 같았다.

체감 저소득층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있다. 왜 그럴까. 집 사려고 빌린 돈 갚느라 허덕대고 자녀 교육에 모든 걸 쏟아부으면서 노후는 생각할 겨를도 없어졌다. 불안정한 일자리,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도 한몫했다.

더 큰 문제는 계층상승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란 점이다. 국민 98.1%는 앞으로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상위계층으로 올라가는 기회를 엿보기는커녕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벅찬 현실이라는 얘기다.

한국은 양극화가 뚜렷하고 중산층이 몰락한 ‘M자’ 사회가 고착화하고 있다. 중산층을 두껍게 하기 위해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복지국가 모델을 지향했다. 신흥개발국인 우리는 탄탄한 복지제도가 자리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반평생 돈을 벌기 위해 살고 있다. 그런데도 가난하다고 느낀다. 100세 시대, 이제 한평생 돈을 벌기 위해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달 다음달 수입을 걱정하면서 산다.

<조동석 기자>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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