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도둑들 · 강남스타일…‘펀’에 대한 새로운 상상
엔터테인먼트| 2012-08-16 11:34
‘도둑들’이나‘ 강남스타일’은 서구 장르에 기반하면서도 이를 비틀고 뒤집는 독창적인 재해석이 낳은 산물이다. 

기성 세대의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난 세대의 자유분방한 감성에 기반하고
있다.


“이번 영화의 흥행은 정말 새로워요. 누구도 이렇게까지 잘될 줄 몰랐거든요.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아니라 그냥 오락적인 가치에만 집중한 ‘펀(fun)’한 영화가 천만까지 간 것은 처음이에요.”

한 영화홍보담당자의 말이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지난 13일, ‘도둑들’의 영화사 케이퍼필름과 투자배급사 쇼박스는 영화관계자들과 기자들을 초청해 ‘1000만 돌파 감사파티’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선 ‘도둑들’의 흥행 이유를 두고 설왕설래로 왁자지껄했고 갖가지 분석이 오갔다. 배급담당자들은 “경쟁작과 동시 개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보다 한 주 늦게 개봉한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평론가들의 분석 중엔 “ ‘캐릭터 무비’의 흥행 경향”을 앞세운 경우도 있다. 올해 흥행작인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나 ‘건축학개론’은 독창적이고 완결성 높은 등장인물의 성격이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과론적이니 만큼 다 고개가 끄덕이는 분석이었지만, 다양한 견해들 중 공통적인 것은 “아무도 이렇게 바람이 불 줄은 몰랐다”는 것이고 “과거 천만영화와는 다른 흥행작”이라는 결론이었다.

오락적인 장르영화가 몇백만은 들 수 있어도 천만까지 가는 데는 ‘사회적인 이슈와 신드롬’이라는 또 다른 동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제까지 천만영화의 흥행분석 틀이었다.

‘괴물’은 주한미군의 한강 독극물 방류를 소재로 했고,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는 분단이 낳은 비극을 그렸다. ‘왕의 남자’는 사극의 오랜 소재인 조선 연산군 이야기에 뿌리를 대고 있었고, ‘해운대’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출몰하는 이상기후 현상에 바탕하고 있었다.

이들 작품에 비하면 ‘도둑들’은 ‘아닌 밤중에 도둑 얘기’인 셈이었던 것이다.

반면, 일본 식민지시대로부터 제2차대전에 이르는 비극적인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마이 웨이’는 스타 캐스팅과 대규모 제작비, 완성도 높은 스펙터클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고, 남북 탁구단일팀의 우승을 통해 분단의 상처를 다시 한번 어루만진 ‘코리아’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분야를 가로지르자면 가요에선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국내외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싸이의 말대로라면 “‘ ‘양아치’스러운 감성”을 담았고 다른 말로 하면 ‘싼티’ ‘싸구려’의 분위기이며, 다소 현학적인 표현을 허하자면 ‘B급 정서’와 ‘키치예술’의 요소가 가득한 노래다.

‘도둑들’이나 ‘강남 스타일’은 서구 장르에 기반하면서도 이를 비틀고 뒤집는 독창적인 재해석이 낳은 산물이다. 이는 집회도 놀이로 생각하고,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유희의 일종’으로 경험하며, 기성세대의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난 세대의 자유분방한 감성에 기반하고 있다. 기성세대조차도 지난 시대로부터 강요받았던 ‘엄숙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유행에 동참하며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다. ‘도둑들’과 ‘강남 스타일’은 한국 대중문화의 새로운 준거점을 보여준다. 그것은 ‘펀’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