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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대통령’ 박근혜의 도전과 과제
뉴스종합| 2012-08-21 09:40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박근혜(60)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20일간의 여정에 나선다. 22살에 어머니를 잃고 ‘퍼스트레이디’를 맡은 지 꼭 38년만에 본인의 힘으로 청와대 문을 열기 위한 여정이다. 그것도 헌정 사상 첫 유력 정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다. 지난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열린 경기도 일산 킨텍스는 그가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기착지였던 셈이다.

그가 ‘대통령의 꿈’을 안고 킨텍스를 나서기까지 20여년이 걸렸다. 그 길도 순탄치 않았다. 그만큼 한국정치사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게 박 후보다.

1974년 육영수 여사의 영면은 대통령의 딸,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박 후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는 권력투쟁의 중심부 청와대의 안주인이자 퍼스트레이디를 대행해야 했다. 아버지가 총탄에 스러진 1979년 10월까지 6년여간을 퍼스트레이디로 아버지 곁을 지키면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차분하게 채웠다. 지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도 그의 손을 거치며 풍파를 헤쳐 노년층과 장년층에는 ‘올 곧은 박근혜’의 이미지를 새겨 놓기도 했다. 50~60대 아주머니들이 으레 “아이고~우리 공주님”하며 애틋하게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정치인 박근혜’의 길도 순탄치는 않았지만, 정치적 역량을 시험하는 리트머스지로도 통한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당이 위기에 처했을 당시, 당 대표를 역임하며 쇄신을 이끌었으며,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이번 4ㆍ11 총선에서도 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은 ‘정치인 박근혜’의 아우라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석패하며 또다시 5년을 절치부심해야 했다.

83.9%라는 최고 득표율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지난 20일 그는 “저하고의 싸움” “과거로 자꾸 가려고 하면 한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그에게 정치적 경험의 토대가 되기도 했던 ‘과거의 산’을 넘어야 한다는 것을 그 자신 스스로가 절실히 알고 있다는 애기다.

5ㆍ16 군사 쿠테타와 정수장학회 등 ‘과거의 망령’은 계속해서 박 후보의 도전 대상이 되고 있다. 야당은 계속해서 ‘과거’를 끄집어내 박 후보를 흔들려고 하고 있고, 박 후보는 이 ‘숙제’를 풀고 넘어가야만 한다. 어물쩍 거릴 시간도 없다.

이상돈 캠프 정치발전위원이 “경선과정에서 부각된 5ㆍ16 역사관이나 퍼스널리티(불통 이미지) 등은 과거에 대한 비판이지만 MB정권 비판은 현재에 대한 비판이라 박 후보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도전’은 또 다른 ‘과제’를 낳고 있다. 자신에 대한 낡은 과거사 공격은 그를 경상ㆍ충청ㆍ강원, 5060 세대에 갇혀 놓았다. 그는 불통의 이미지를 희석하고, 표심(票心)을 수도권과 2040 세대로 넓혀야 한다. “100% 대한민국”이라는 그의 말에는 이같은 절실함이 묻어있다. 그가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후 첫 일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앞으로 120일간의 여정은 그가 ‘과거’의 도전을 넘어 ‘현재’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달려 있는 셈이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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