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조직ㆍ경험ㆍ자금 넘을 수 있을까
뉴스종합| 2012-09-03 11:19
‘독자출마→대통령 당선되더라도 무당적 유지.’

안철수의 정치실험 성공 가능성은 뻔한 예측이지만 반반이다. 안 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몰고온 ‘새 정치’ 바람은 그의 정치적 자질과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국회의원, 관료 같은 정치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 또한 많은 게 현실이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48.5%), “정당 같은 조직이 없다”(19.3%), “국정 경험이 없다”(16.0%). 모노리서치가 지난달 30일 실시한 안 원장의 약점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나온 답들이다. 말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선 후보, 또는 대통령’ 안철수의 능력에 대해 여전히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민호 모노리서치 이사는 “안 원장의 ‘정치경험 부족’에 과반에 가까운 표가 몰린 것은 노출된 정보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안 원장의 지지율은 정치권 밖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으로 들어오면 달라진다”는 시각도 많다.

우선 대통령 후보로서 안 원장의 약점은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기존 정치와 차별화라는 이미지만으로 양자대결에서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왔지만, 실체 없는 이미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후보 본인이 공약과 정책의 큰 그림은 그리지만, 이를 법률안 등으로 구체화하고 이행해줄 기반이 없다면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선거과정에서도 원내 기반이 없는 무소속 후보는 자금이나 선거운동에 더 큰 제한을 받는 측면도 불안 요소다.

‘정치 경험 부족’도 안 원장이 넘어야 할 검증의 산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시민사회 연대 후보론으로 조직의 한계를 피해갈 수는 있지만, 정치 경험이 일천한 안 원장이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별다른 잡음 없이 조율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의 정치 세력화는 정당 형태보다는 포럼 형식이 될 것”이라며 “지지율이 계속해서 고공비행을 하면 기존 정치권의 이탈이 줄을 잇겠지만, 스스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이라는 간판을 유지하면서도 조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 역으로 본인의 한계와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더 호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나치게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출마와 거취에 관해 노출을 꺼리고 있는 ‘우유부단한 이미지’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경제와 복지, 외교, 대북 문제 등에 대해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국정 수행 자질을 검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각종 사회 현안, 특히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도 대선 100여일 전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점은 본선에서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권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일정을 비공개로 유지하고, 정책이나 노선에 대해 함구만 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최근 알려진 한 농촌마을 방문에서도 ‘식량자급률이 문제’라는 발언만 공개됐는데, 농업에 대한 비전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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