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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성범죄 노출된 여성들…2명중 1명 “성추행 피해 경험 있다”
뉴스종합| 2012-09-04 09:21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여대생 A(24)씨는 지난 7월 같은 지하철역에서 두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첫 피해는 지하철역 입구에서 발생했다. 오전 7시께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던 A 씨에게 맞은 편에서 걸어오던 남성이 어깨를 부딪히며 오른손으로 A 씨의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들고있던 휴대폰이 떨어져 산산조각날 만큼 놀랐지만 A 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자를 눌러쓰고, 술이 취한 듯 보였던 남성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역사 밖으로 사라졌다. 약 2주 후 A 씨는 또 피해를 당했다.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던 A 씨를 2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뒤쫓아와 가로막았다. 남성은 A 씨 앞에서 입고있던 바지와 속옷을 내리며 A 씨를 희롱했다. 놀란 A 씨는 에스컬레이터를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 자리를 피했다. 뒤에선 남성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최근 여성을 상대로한 강력 성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대다수의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나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신체를 만지는 등의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온라인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최근 성인 여성 5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2명 중 1명은 “실제로 성추행 및 성폭행 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신체접촉 및 밀착 등 경미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경우가 응답자의 70.6%(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언어에 의한 성희롱(39%)과 특정 신체 부위 노출(21.6%), 강간 및 강간미수 (13%)가 그 뒤를 이었다.

공공장소 등에서 이뤄지는 경미한 성추행의 경우는 현행범으로 적발되지 않는 이상 처벌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울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 현재까지 입건된 성추행범은 618명에 달하지만 상습성이 인정돼 구속된 경우는 3명에 불과하다. 지난 달 13일 지하철 4호선에서 4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회사원 B(35)씨는 동일 전과3범이지만 이전까지 단 한차례도 구속된 적이 없다. 지난달 27일 지하철 1호선 구로역과 역곡역 사이 전동차 내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번역가 C(38)씨도 같은 혐의로 2년 전 입건됐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C 씨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추행의 정도가 경미해도 피해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겉으로 보기에 경미한 성추행도 피해자의 상황에 따라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피해 사실을 속감추거나 적절한 상담이 이뤄지지 못하면 오랜 시간 마음의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 씨는 “그날 이후 그 지하철역은 절대 이용하지 않고 길을 다닐 때도 수상해 보이는 남성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몸을 피한다. 큰 피해를 당한 건 아니지만 가끔 그 때의 일이 떠오르면 기분이 매우 나쁘다”고 털어놨다.

서울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지하철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추행 범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상습성 여부 등을 감안해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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