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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을 둘러싼 새누리의 역학구도
뉴스종합| 2012-09-06 10:16
‘(左)김종인-장하준(?)-이한구(右).’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영입이 박근혜표 경제민주화 논쟁의 해결점이 될 수 있을까? 설사 장 교수를 끌어들이지는 못하더라도 ‘장하준 영입시도’만으로도 논쟁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장하준 교수의 영입설 관련, 새누리당 내 반응의 온도차를 보면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복잡한 역학구도가 읽힌다. 실현 여부와 무관하게, 당내에서는 대체로 장하준 영입이라는 가상 시나리오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장 교수가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에 동조하면서도 김종인식 좌클릭 재벌개혁에 견제구를 던질 만한 인물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장하준 교수는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중간쯤에 위치한 경제학자로 평가받는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정부가 나서서 적극 수정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김 위원장과 공통분모를 갖고 있고, 한국식 재벌체제의 장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에서 성장론자인 이 원내대표와 공감대가 있다. 장 교수를 두고 좌우 이념을 뛰어넘은 경제학자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장 교수의 경제관은 또 박근혜 대선후보가 추진하려는 경제민주화의 방식과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그동안 김종인식 재벌개혁보다는 대기업의 장점은 장점대로 살리고, 불공정한 시장경제에 제동을 거는 방식의 경제민주화에 방점을 찍어왔다. 장 교수도 재벌개혁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온 학자다.

장하준 영입설이 불거지자, 김 위원장은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러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칫 잘못하면 그동안 자신이 당 정강정책에 포함시키고, 이끌어온 경제민주화 주도권을 장하준 교수에게 침해당할까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홍사덕 전 의원을 비롯해 박 후보 측근들은 “장 교수가 오기만 한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반색했다.

친박계 경제통인 이혜훈 최고위원도 “세계적인 학자, 그것도 새누리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줄 수 있는 인재가 합류한다면 좋은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강석훈 의원도 “이념이 같은 학자들이 들어오는 것보다,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들어온다면 당내 토론이 더욱 활발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각론을 둘러싼 김종인 vs 이한구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장하준 카드’가 적절한 균형점을 제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장 교수 영입을 시도한 것 자체가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독점’을 막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의도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장하준 영입설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당내 경제민주화의 극단적인 논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이 꾸준히 경제민주화의 어젠다를 이끌어간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 재선의원은 “장하준 영입 카드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게 본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당내 토론을 활성화하고, 어젠다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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