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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웅, 입체적 악역을 어떻게 소화했나?(인터뷰)
엔터테인먼트| 2012-09-11 10:07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최근 종영한 KBS 수목극 ‘각시탈'에서 기대 이상 성과를 올린 한 배우를 얻었다. 종로경찰서 경부 기무라 슌지로 열연한 박기웅(27)이다. 일본인이지만 조선인 강토(주원)와 우정을 쌓고, 조선의 여인 목단(진세연)을 사랑했으며, 그래서 조선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 하지만 시대와 운명때문에 이들을 적으로 대해야 했다. 한마디로 입체적 악역이다. 박기웅이 슌지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시대의 소용돌이속에서 복합적인 아픔을 어떻게 표현해내는가 하는 문제였다.

“내 캐릭터가 빛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극전체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역사와 운명속에서 복합적인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강토의 카운터파트(대응)로서 악행을 수행하고, 그 선에서 수위 조절을 잘 해야 했다. 강토가 앞서나가가야 했겠지만 저는 강토가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악역을 한 것이다.”

그는 곱상한 외모에서 매서운 눈초리를 지닌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빛과 표정이 변화하는 연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연기가 아니었다. 박기웅은 평소 얼굴 근육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 얼굴에서 중의적 표현이 가능해졌다. 


“왼쪽 얼굴은 슬픈 표정, 오른쪽 얼굴은 웃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저는 두 개의 눈을 교대로 사시로 만들 수 있고 귀도 움직일 수 있다. 머리카락도 따로 움직인다.”

그 유명한 멧돌춤 CF도 그렇게 해서 개발한 것이냐고 물어왔다. 2006년 오디션으로 CF 출연의 기회를 잡은 그는 춤을 잘 못춰 안무감독이 막춤을 춰봐라고 해 아무 춤이나 열심히 췄더니 “야, 이 친구 목 잘돌아간다”라며 코믹춤을 선보인 것이라고 한다.

빅기웅은 최종회 강토와의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권총으로 자살한다. 충격적인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묵직한 그 무엇을 느꼈을 것이다.

“목단을 죽인 죄책감때문만은 아니었다. 강토에게 술을 권하면서 이제 이 친구와 술을 함께 못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과, 각시탈을 잡고, 목단을 내 옆에 두면 과거 교사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허탈함이 밀려온 것이다.”


박기웅은 “눈앞에서 형이 각시탈에 의해 죽고, 각시탈을 못잡아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목단과의 사랑은 집착과 애증으로 변하면서 슌지가 점점 미쳐갔다”면서 “시대의 아픔속에서 악행을 표현하고 자살로 마무리하는 슌지를 이해할 수 있게 그려준 유현미 작가님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박기웅의 빛나는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슌지의 악행에 대한 당위성이 살아나 시청자들도 공감대를 형성해 준 것이다.

2003년 서울 신촌 길거리에서 잘 생긴 외모로 캐스팅된 박기웅은 “각시탈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한 것 같다. 소통하는 법도 배웠다. 작품마다 조금씩 발전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열심히 해서 조금 더 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이런 표현이 과할 수 있지만 배 아파 낳은 내 새끼 같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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