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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투자 ‘타산지석’과 ‘역지사지’의 지혜를
뉴스종합| 2012-09-12 10:53
북한의 계약위반으로 큰 손실을 입은 중국 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북한 투자는 예측불허다. 북한과 ‘혈맹’이라는 중국의 기업들도 숱하게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투자는 한바탕 악몽이었다. 지난 4년간 대북사업을 하면서 북한이 사기꾼이자 강도라는 사실만을 분명히 알게 됐다.”

중국 시양그룹(西洋集團)이 북한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찬 사연이 중국 언론과 포털사이트를 통해 확산되면서 중국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랴오닝(遼寧)성에 본사를 둔 시양그룹은 중국 500대 기업에 속하는 동북지방 최대 민영기업이다. 사업영역은 비료, 철광석, 석탄화공, 무역 등이다. 시양그룹은 2억4000만위안(약 425억원)을 투자해 황해남도 옹진에 철광석 선광(選鑛)공장을 세웠다가 투자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한 채 쫓겨났다고 주장한다.

시양그룹 오너인 저우푸런(周福仁)이 북한 투자에 관심을 갖고 북한 측과 접촉하기 시작한 때는 2005년이었다. 당시 옹진군의 철광산은 매장량이 약 17억t으로 평균 철광순도가 14%밖에 되지 않는 빈광(貧鑛)이었다.

시양그룹의 대부분 임원들은 투자를 반대했다. 전력, 교통 등 기초 인프라가 낙후됐고 북한의 외국인투자정책에 대한 불신도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우푸런은 투자를 결정했다. 원가를 따져보니 1t의 철광석을 정제하는 데 300위안이 들었다. 중국 국내의 생산원가가 350위안이고 판매가격이 1000위안 정도이니 수지 맞는 장사였다. 게다가 직접 발전시설까지 만든다면 옹진군 공장의 원가는 100위안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다. 북한 당국은 각종 세금도 면제해주기로 약속했다.

중국 속담에 ‘부귀는 위험 속에서 얻어진다(富貴險中求)’는 말이 있다. 저우푸런은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하고 지난 2008년 투자를 단행했다.

마침내 지난해 4월 철광석을 함유량 60% 이상의 고급품으로 만드는 선광 공장을 완공했다. 3개월의 가동 끝에 고급분광 3만t을 생산하는 데 성공하자 북한의 태도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임금인상, 토지사용료 등 각종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회사를 압박했다.

2012년 3월 2일 북한 무장경찰과 보안대원이 회사로 들이닥쳐 자고 있던 20여명의 중국인 직원을 깨웠다. 계약이 파기됐다면서 강제로 이들을 중국으로 내보냈다. 저우푸런의 꿈도 깨졌다.

중국 내 파장이 갈수록 커지자 북한은 지난 5일 이례적으로 반박성명을 발표했다. 합영투자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시양그룹이 투자의무의 50%만 이행해 계약이 파기됐다”면서 “사업진척이 되지 않은 책임은 오히려 시양그룹에 있다”고 반박했다.

시양그룹처럼 북한의 계약위반으로 큰 손실을 입은 중국 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북한 투자는 예측불허다. 경제외적 돌발변수가 너무 많다. 북한과 ‘혈맹’이라는 중국의 기업들도 숱하게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진 북한의 투자 여건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그래도 대담하게 북한 시장에 발을 내딛고 싶다면 열악한 현 조건에서 무엇인가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빠를 것이다.

그렇다면 시양그룹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효과적인 북한 시장 접근법을 찾을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입장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교훈을 활용한다면 대북 투자의 성공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py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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