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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1세대’ 미래산업 최대주주의 모럴해저드
뉴스종합| 2012-09-20 11:57
30년 회사 일군 정문술 고문
주가급등 후 지분전량 팔아치워
시차공시에 일반투자자들 피해
제도 허점 드러나…개선 시급



우리나라 벤처 1세대였던 정문술 미래산업 고문(전 회장ㆍ74)이 회사 지분 전량을 장내 매도하며 30년간 일군 회사를 떠났다. 최대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을 팔고 경영 현장을 떠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미래산업이 정 고문과 안철수 대선후보 간 친분으로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며 주가가 급등했던 터라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특히 주요 주주의 대량 매매와 관련한 ‘시차 공시’에 일반 투자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꼴이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산업뿐만 아니라 최근 정치테마주로 엮여 주가가 급등했던 일부 상장사에서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앞다퉈 지분을 매각하고 개인투자자는 이를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반복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 들어 이상급등 현상을 보였던 미래산업은 지난 19일 “정 고문이 보유주식 2254만6692주(7.49%) 전량을 장내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정 고문의 부인 양분순 씨도 같은 날 139만159주(0.46%)를 함께 매각했다. 처분단가가 1785원임을 감안하면 정 고문 부부는 400여억원을 거머쥔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산업의 현 대표이사인 권순도 사장과 권국정 이사도 각각 60만주, 14만2000주를 팔아치웠다.

20일 장 시작과 함께 또다시 하한가로 떨어진 미래산업 주가는 정 고문이 지분을 매각하기 직전인 13일보다 51.6%나 폭락했다. 1주일 사이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이다.

앞서 써니전자를 비롯해 우성사료,오픈베이스, 우리들생명, 우리들제약, EG 등 정치테마주에서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주가 급등을 틈타 지분을 대량 매각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요 주주의 경우 보유비율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영업일 이내에만 보고하면 된다. 

미래산업에 따르면 정 고문 등 최대주주 측이 지난 14일 장중 지분을 대거 처분했고, 4거래일째인 19일에 보고했기 때문에 공시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미래산업 주가는 매각일인 14일부터 19일까지 4거래일간 연속 폭락했다. 처분일인 14일은 매도 물량이 많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나머지 사흘간은 최대주주의 매도 정보가 새어나온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도 있다.

최대주주의 대량 지분매각은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5거래일 안에만 보고토록 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감독당국 측은 정보 이용자만 일방적으로 고려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분변동은 수시공시처럼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매에 대해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것은 물론 특수관계인 지분 변동까지 일괄해서 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도 최대주주 지분 변동 공시는 일정 기간을 주고 있는 만큼 아직 제도 개선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측은 “미래산업과 관련해 문제의 소지가 있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공허한 소리로 들릴 뿐이다.

<박세환ㆍ안상미 기자>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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