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과거사 ‘사과’-부녀관계는 ’눈물’-미래는 ’통합’
뉴스종합| 2012-09-24 10:20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연일 비판을 받아온 ‘과거사 역사인식’과 관련, 전격 기자회견을 갖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5ㆍ16과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가치를 훼손했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와 반성, “반 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했고, 이제는 과거가 아닌 미래로 나가자”는 희망이 함께했다. 과거사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느냐“는 말로 감성에 호소하고, 미래는 통합으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과논란 종지부 찍을까=박 후보는 24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5ㆍ16과 유신, 그리고 인혁당 사건에 대해 “헌법가지 훼손, 정치발전 지연,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방점을 찍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과에 대해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기자회견에 이은 구체적인 실천 행보 가능성도 열어뒀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 직후 “앞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심을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혁당 사건 관련 유가족과 야권 일각에서 요구해온 사죄와 만남에 대해 전향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의지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과에 대한 인정도 있었다. 박 후보는 “기적적인 성장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과 고통받은 노동자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으로부터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는 공권력에 의해 인권침해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당 대선후보 확정 직후 찾아갔던 전태일재단 소동 직후, 야권이 공격 소재로 삼았던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한 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평가는 ‘감성’=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선후보로써 이자리에 섰다”는 말로 시작했다. 정치적, 역사적으로 공과 과 논란이 공존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수성, 그리고 가족이라는 정서적 한계를 집고 넘어감으로써, 추가적인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기자회견 전부터 붉게 물든 눈시울은 이런 박 후보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수성을 그대로 함축했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한 우리 현대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절대빈곤과 북한의 위협에 시달렸던 아버지에게는 경제발전과 안보가 가장 시급한 국가적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시절 많은 과가 있었고, 이런 점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을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현실과 또 이를 통해 이룩해낸 업적을 함께 언급한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불행했던 역사도 말했다. 박 후보는 “아버지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까지 말했고, 저 역시 가족잃은 아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의 저격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향수를 꺼냈다.

▶과거 종지부 찍고 미래 통합에 방점=박 후보는 이날 ‘국민대통합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자신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내걸었던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 국민행복’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과거사의 공과 과를 모두 인정하고, 그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객관적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특히 “60ㆍ70년대 인권 문제로 고통받았고,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분들도 동참해야 가능하다”며 “당장은 힘들겠지만 과거 아픔 가진분들 만나고 더이상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적극적인 대 통합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꺼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를 표현하고, 또 (부녀 관계의)정서적인 이해를 구하는 모습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며 “부녀간의 특수성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입장에 대한 이해를 정서적으로 호소함으로써,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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