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정기예금…이웃집 아저씨…무지개…난 이래서 그들이 좋다
뉴스종합| 2012-09-28 11:03
박근혜, 든든함과 안정감
문재인, 강인함과 부드러움
안철수, 참신함·성공신화 최대 강점



‘박근혜=탱크로 중무장한 나바론 요새의 여사령관’ ‘문재인=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조용한 공수부대장’ ‘안철수=레이저총으로 경무장한 투명인간’

얼마 전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등 대선 후보 3인을 이같이 묘사했다. 박 후보의 콘크리트 같은 40%대의 확고한 지지층과 강력한 참모진, 문 후보의 든든한 ‘백’이 되고 있는 친노(親盧) 그룹과 노무현의 이미지, 안 후보의 정치 9단 뺨치는 정치 타이밍과 예측이 쉽지 않은 행동 등을 빗댄 말이다.

전문가들에게 비춰진 대선주자 3인의 코드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박 후보를 정기예금에, 안 후보를 분포 변동 폭이 큰 벤처회사 주식투자, 문 후보에 대해선 노무현의 이미지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장점보다는 오히려 단점만 떠올리고 매서운 비판을 가한다. 박 후보는 ‘오래된 상품’으로, 문 후보는 ‘정치인이 아닌 한쪽에 편향된 인권변호사’로, 안 후보는 ‘경험 없는 정치 일등병’에 불과하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정치에 대한 불신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만큼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여사령관…박근혜=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박 후보의 장점으로 ‘과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로부터 물려받은 정치적 자산’을 꼽는다. 최 소장은 “박 후보는 험난한 정치 과정을 헤쳐나오면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세론의 주자가 돼 있다”며 “원칙 없는 정치판 속에서 원칙의 정치, 그 이미지가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박 후보를 정기예금에 비유하며 ▷정치적 영향력 ▷확고한 컨스티튜언시(constituencyㆍ지지층) ▷오랜 국정수업 경험을 장점으로 꼽는다. 정기예금처럼 만기와 이자율 등이 모든 게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와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도 원칙과 신뢰에 바탕한 정치 경륜, 언행일치 등을 박 후보의 최대 무기로 보고 있다.

반면, 과거지향적인 사고방식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최근 “5ㆍ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가치 훼손”이라며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했지만 뒤늦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 비전 제시와 미래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본인의 의지는 여러 번의 시험대를 거쳐서 능력을 입증했지만, 미래에 관해서는 여전히 ‘수첩공주’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선거 초반부터 줄곧 지적돼 온 융통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도 약점이다.

일반인들은 이에 대해 더 매서운 비판을 가한다. 직장인 배모(40ㆍ남ㆍ인천 강화) 씨는 “박 후보는 두문불출하며 뒤에서 조종만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노쇠해 보이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 전부인 것 같다”고 혹평했다.

▶조용한 공수부대…문재인=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떠올릴 때 가장 큰 자산은 역시나 노무현으로 점철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자산인 ‘노무현’이 오히려 문 후보를 벽에 가둬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 교수는 “노무현이라는 게 강점이자 약점”이라며 “노무현이 갖고 있는 우직함 이런 거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층을 이어받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반감도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이라는 이름 석 자와 별개로 문 후보에게서 떠올려지는 최대의 정치적 자산은 정치 신인으로서의 참신함이다. 김 교수는 “정치 신인으로서 참신하다는 점과 아무래도 민주통합당이라는 제1 야당의 후보가 됐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과 이 교수는 문 후보 개인이 내뿜는 이미지에 주목한다. 최 소장은 “마치 성실한 이웃집 군인 아저씨 같은 강인하고 원칙적인 모습을 갖추면서도 동시에 부드럽고 성실한 이미지를 갖췄다”며 “그래서 국민들이 많은 박수를 보낸다”고 지적했으며, 이 교수도 “상당히 반듯해 보이는 이미지, 일반 서민들의 삶과 함께 갈 수 있는 이미지, 서민들이 봤을 때 저 사람은 우리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서민친화적 이미지”를 문 후보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정치인 문재인’으로 들어가선 문제가 틀려진다. 최 소장은 “부드럽고 편안한 노무현의 그림자가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가로막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결과적으로 부산이라는 울타리에 스스로 갇혀 있는 대중성의 한계를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8ㆍ여ㆍ인천) 씨도 “문 후보는 정치인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사회적으로는 존경을 받을 수는 있어도 정치인으로서는 한쪽에 편향된 인권변호사로의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복잡다단한 게 정치라고 하는데 문 후보가 과연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투명인간…안철수=안 후보의 최대 자산은 기성 정치인과의 차별성이 꼽힌다. 이와 함께 21세기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자상은 모두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같은 측면이 구태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정치적 접근성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고, 정치공학적 접근에서도 벗어나 있다”며 “그에게 순수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높이 사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소장도 “안 후보는 21세기에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자질들을 두루 갖춘 사람”이라며 “외모, 학력, 경력, 경제 성공신화, 참신함 등 일곱 색깔 무지개 같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로 얘기를 돌리면 다른 결과지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전문가들의 비판이 모아지고 있다.

최 소장은 “여기는 엄연히 대한민국 땅이기 때문에 엄존하는 정치적 현실이 있다”며 “정치력, 이른바 내공이라 불리는 정치적 투쟁력 없이는 대선이란 관문을 돌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도 “현실정치에 대한 경륜이 부족하다. 그를 뒷받침하는 정치세력과 조직도 약하다”며 “이는 향후 대선에서 아킬레스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안 후보는 잘되면 대박, 안되면 쪽박”이라며 “가령 회사(안철수)의 내부사정이 잘 안 알려져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뭔가 그 주식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투자를 하지만 실적이 공개된 것도 아니고 해서 고위험 고수익 투자다. 분포 변동 폭이 큰 투자활동과 같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손모(41ㆍ남ㆍ서울) 씨는 “안 후보는 정치로 치면 일등병에 지나지 않는다. 새롭다는 것 빼고는 정치 기반도 없고 알려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칼은 빼들었는데 뭘 벨지 구체성이 없어 추상적으로만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최정호ㆍ양대근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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