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YS 大道無門 - MB는 惟利則進
뉴스종합| 2012-09-28 11:04
과거는 어제의 오늘이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본격 레이스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지도자의 정치 유전자(DNA), 즉 자질과 성향에 대한 관심도 높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역대 대통령들의 뚜렷한 정치 DNA를 살펴본다.

▶YS, 대도무문(大道無門)=‘큰 뜻을 위해 가는 과정에는 거리낄 것이 없다’는 이 말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휘호이기도 하다. YS는 자유당에서 정치생활을 시작했지만 인생 대부분을 야당에서 보냈고, 보수주의자이지만 민주화에 가장 앞장섰다. 야합이란 비난도 받는 ‘3당 합당’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집권 후에는 민주주의와 문민통치의 기반을 만드는 데는 적극적이었다. 5ㆍ18 재정립, 지방자치제 및 금융실명제, 군(軍) 사조직 척결,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정치무대 데뷔 등 군사정권 시절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업적들이 이를 말해준다. 변신에는 능했지만, 그렇다고 정치적 포부를 꺾은 적은 없는 불굴의 DNA다.

▶DJ, 봉상만인(鳳翔萬?)=‘닭 무리에서 몸을 빼내 높이 날아 오른 봉황’을 뜻하는 이 말은 20여년 가까운 유랑생활 끝에 60세가 넘어서 권좌에 올라 결국 춘추시대 패자(覇者)의 지위에까지 오른 진 문공(晉 文公)에서 비롯된 말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색깔론과 납치사건 등 숱한 정치적 파란을 겪은 끝에 70세가 넘은 나이에 대통령의 꿈을 이뤘다. 특히 DJ는 이른바 ‘삼김(三金)’ 가운데서도 가장 여론의 흐름을 잘 읽은 것으로 평가받았는데, 이는 그가 밑바닥 민심을 얻으며 정치력을 키워온 데서 비롯됐다. 말 잘하고(達辨), 글 잘 쓰는(達筆) 것으로 인정받은 DJ지만 타인과 구별되는 가장 큰 장점은 잘 보고, 잘 듣는 견문(見聞)의 DNA다.

▶MH, 출기불의(出其不意) =손자병법에 ‘그들이 방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攻其無備 出其不意)’는 글귀가 있다. 1989년 5공 청문회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의 예상을 깬 대통령 당선과 통치기간 내 파격적 행보도, 그리고 부엉이 바위에서의 마지막까지 그의 인생은 중요한 순간마다 예측불허였다. 법조인의 안락한 삶을 접고, 군사정권시대 인권변호사의 고행(苦行)을 자처했고, ‘YS 장학생’이란 포장도로 대신 ‘바보 노무현’의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해외파병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임기 말 진보세력마저 등을 돌렸지만 실험과 도전, 그리고 승부의 DNA는 ‘친구 문재인’에게 이어져 부활을 꿈꾸고 있다.

▶MB, 유리즉진(惟利則進)=춘추시대 초 공왕(楚 共王)이 한때 동맹했던 진(晉)과의 전쟁을 주저하자 신하인 공자 측이 “이익이 있으면 나아가면 되는 것이지, 어찌 맹약 따위에 얽매이느냐”며 일전(一戰)을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CEO 리더십, 실용주의로 대변되는 이명박 대통령(MB)의 통치철학과 맥이 닿는다. 4대강, 미국산 쇠고기 수입, 한ㆍ미 FTA 등 현 정부 추진정책 가운데는 유독 여론의 반대가 거셌던 것이 많지만, 늘 ‘국익’을 앞세우며 정면돌파했다. 하지만 오랜 정치경력을 가진 세 명의 전임자와 달리 정치DNA가 부족했던 게 패착이었다. 남다른 경제DNA가 되레 족쇄가 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 MB에 부족했던 소통과 타협의 DNA는 국민들이 차기 지도자에게서 가장 원하는 자질이 됐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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