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높지도 낮지도 않은 65% 투표율…보수·진보간 ‘아전인수’ 셈법
뉴스종합| 2012-09-28 11:25
투표율: 투표 마감시간 놓고 여야 대치…속설은 무시못해?
세대간 대결: 5060·40대·2030…지지후보 확연히 엇갈려
수도권: 유권자50% 최대 표밭…DJ·盧도 수도권서 대권잡아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선은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가르는 고차방정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선거 당일 직전까지 후보 간 합종연횡, 제3후보의 선전 여부, 후보자나 선거캠프 핵심인사의 실언과 비리의혹 등 돌발 변수에 따라 판세가 좌지우지됐다.

그러나 ‘변수’가 강한 힘을 발휘하는 대한민국의 복잡한 대선 고차방정식 속에서도 ‘상수’는 늘 존재해왔다. 투표율과 세대별 투표 성향, 수도권 장악 여부 등은 대선 판도에 늘 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대표적인 상수들이다.

▶투표율, 높으면 진보 낮으면 보수 유리=대선을 비롯해 총선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에서 투표 종료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하는 투표율은 대략적인 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지표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을수록 보수진영에 유리하고, 높을수록 진보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게 정설이다.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투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젊은 세대의 투표가 늘어난다는 얘기이고 이는 곧 진보성향의 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특히 대선에서 잘 드러난다. 역대 대선 투표율은 13대(1987년) 89.2%, 14대(1992년) 81.9%, 15대(1997년) 80.7%, 16대(2002년) 70.8%, 17대(2007년) 62.9%로 꾸준한 하향세다. 87년 체제 이후 첫 대선이었던 13대 노태우 대통령 때를 기준으로 투표율이 8%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14대 때에는 보수를 대변한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됐다. 5년 뒤 1%밖에 투표율이 빠지지 않은 15대 때에는 진보진영의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17대 때도 이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얼핏 보기에 16대 때의 70.8%는 낮은 투표율이지만 바로 앞서 치러진 16대 총선 투표율 57.2%에 비하면 13.6%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반면 17대 때에는 대선임에도 불구하고 16대 총선 투표율 57.2%에 비해 5.7%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는 결국 진보성향의 노무현 대통령과 보수성향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투표율의 이 같은 속성 때문에 18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 마감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비용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등 신경전이 치열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18대 대선 투표율은 65% 전후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21세기 새 트렌드, 세대별 대결=16대 대선은 우리나라 대선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3김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처음 치러지면서 이전까지 대선구도를 규정했던 지역 간 대결 양상이 옅어진 대신 세대 간 대결 양상이 증폭됐다.

사실 이전까지 세대 간 대결 구도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20대에서 27.6%를 얻으며 김영삼, 김대중 후보와 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30대에서는 34.3%를 얻으면서 오히려 김영삼, 김대중 후보를 압도했다.


14대 대선을 통해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도 20~30대에서 모두 김대중 후보를 앞질렀다. 하지만 15대 대선에서 당선 때부터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김대중 대통령은 50대 이상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졌지만 20~30대에서 이 후보를 앞지르며 대권을 잡을 수 있었다.

세대 간 대결 구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16대였다. 선거 당일 아침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자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은 인터넷과 핸드폰 문자 등을 통해 지지와 투표참가를 호소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핸드폰 통화량은 1800만건에 달했다. 당일 새천년민주당 홈페이지 조회건수도 일일 평균치보다 20만건을 넘어선 86만855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대 간 대결 구도는 이명박 후보의 독주로 싱겁게 끝난 17대 대선 때는 다소 희석됐지만 이후 지자체 선거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4ㆍ11총선을 거치며 다시 부상했다. 특히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주자의 세대별 지지층이 크게 엇갈려 판세를 결정할 중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37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박근혜 후보는 50대에서 49.7%, 60대 이상에서 56.9%를 기록했지만 20대에서는 안철수(35.9%), 문재인(25.3%) 후보에게 뒤지는 22.2%에 머물렀다. 이는 안철수(38.7%), 문재인(25.9%), 박근혜(25.4%) 순으로 나타난 30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50대에서 17.8%, 60대 이상에서 14.2%, 그리고 문재인 후보는 50대에서 19.1%, 60대 이상에서 12.5%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도권 제패, 대권의 열쇠=다소 약화는 됐지만 지역색이 여전한 대한민국 선거판에서는 수도권 장악 여부는 늘 승부의 키(key)다. ‘영남=새누리당’, ‘호남=민주당’이라는 등식이 여전한 가운데 전체 유권자의 50%에 육박하는 수도권 유권자의 표심을 장악하면 대권의 ‘9부 능선’에 올라섰다고 할 수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가 각각 TK(대구ㆍ경북), PK(부산ㆍ경남), 호남, 충청이라는 지역을 담보 삼아 나섰던 13대 때에는 노태우 후보가 수도권의 지지를 얻으면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김영삼 후보도 14대 대선 때 영남과 충청을 하나로 묶어 호남을 고립시키고 수도권 보수세력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숙적인 김대중 후보를 물리쳤다. 15대 대선 때는 김대중 후보가 서울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41만표 앞섬으로써 전국 합계에서도 신승을 거뒀다.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서울에서 65만표를 더 얻으면서 이회창 후보를 꺾었다.

18대 대선 주자들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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