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MB정부,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불법사찰?
뉴스종합| 2012-10-11 11:25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한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내용 공개가 현 정권의 전 정권에 대한 ‘불법사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현 정부 관계자가 전직 대통령의 기록에 불법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와 여권 관계자는 최근 정 의원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직접 봤다며 동조하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도 남북정상회담 내용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발언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정상회담 기록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관련 기록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중앙기록물관리기관에 보관되며, 대통령통상 최대 15년간(사적기록은 30년간) 열람조차 금지된다. 비밀보호 기간 내 열람하려면 헌법 개정에 준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공개수준은 최소로 한정된다. 특히 이 법은 특별법적 지위를 가져 다른 법률에 따른 자료 제출의 요구대상도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 및 정부 관계자가 전직 대통령의 기록을 법적 절차 없이 열람했다면 그 행위 자체가 불법인 것은 물론 전임 대통령의 행위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 추궁을 금지하려는 법 취지에도 정면으로 대치된다.

특히 이번 노무현-김정일 대화록 문제를 제기한 정 의원은 2007년 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의 기초가 된 ‘예문춘추관법안’을 대표발의한 주인공이다. 당시 법안은 대통령 퇴임 후 각각 5ㆍ10ㆍ30ㆍ50년이 되는 해에 청와대 회의로 대통령기록물의 공개범위와 대상을 정하도록 했으며, 퇴임 후 100년이 되면 국가 안위와 관계된 부분을 제외한 일체의 기록물을 공개하는 내용이다. 이는 이후 정부입법으로 마련된 현행 법령의 기초가 됐다.

당시 정 의원은 “특정 대통령을 겨냥해 책임을 추궁하기보다는 역사에 기록을 남김으로써 발언의 공공재적 성격을 명확히 하고 선정을 강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불과 5년여 만에 그가 스스로 했던 발언을 어긴 셈이 됐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은 물론 확인할 입장이 아니다”며 “다만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에 대해서는 법률로 철저히 보호된다는 점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