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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빅뱅’에 관한 단상
엔터테인먼트| 2012-10-26 10:33
한국영화의 재부흥은 주관람층의 연령대가 상향조정됐기에 가능했다. 한국영화 대폭발의 원동력으로“ 장르의 다양화” 와 더불어“ 30대 이상 관객의 힘”을 꼽은 한 분석은 설득력 강한 진단이었다.


과장이어도 무방하다. 싸이의 글로벌 신드롬도 그렇거니와, 최근 펼쳐지고 있는 한국영화의 리-르네상스는 가히 ‘빅뱅’이라 할 만하다. 총 인구 5000여만명에 1000만 관객 관람 자체가 불가사의하다고 하거늘, 공식 집계 1300만명에 근접한 ‘도둑들’(감독 최동훈)에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마저 뒤질세라 1000만 고지를 돌파했으니, 어찌 과장 어린 언사를 동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빅뱅의 주된 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 일군의 우리 영화들과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우리네 관객들이 시쳇말로 ‘통한’ 것이다. 다시 말해 양측 간에 시대의 화두인 소통이 전례 없이 이뤄진 것.

그 소통은 지난 2006년을 기점으로 찾아든 위기의 와중에도 한국영화계가 굴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주목할 만한 ‘웰메이드 영화들’을 적잖이 배태해냈고, 이들을 통해 이 땅의 관객들이 자국 영화를 향한 신뢰를 회복했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그 결정적 증거들이 ‘최종병기 활’(김한민), ‘써니’(강형철), ‘완득이’(이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김석윤), ‘도가니’(황동혁) 등에 이르는, 2011년 한국영화 박스 오피스 상위작들이다.

‘써니’ 정도의 예외를 제외하면 이들 중 그 어느 것도 400만대에서 700만대에 달하는 ‘대박’을 터뜨리리라고 기대하긴 무리였다. 대중영화 특유의 오락적 재미보다는 사회비판적 발언에 무게중심을 둔 ‘도가니’의 대성공은 특히나 그랬다. 그 폭발적 흥행은 역사적 이변이었다. ‘도가니’는 영화 오락·예술의 공론장적 기능을 새삼 환기시키면서, 이 땅에 문제적 텍스트를 찾는, 유의미한 열린 관객층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각인시켰다. 관객의 ‘재발견’이요 ‘재탄생’이라 할 법한, 한국영화사의 대사건이었다. 뒤 이은 ‘부러진 화살’(정지영)의 기념비적 성공은 말할 것 없고, 지금의 한국영화 빅뱅은 이렇듯 예고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영화의 재부흥은 관객층의 외연 확장 외에도, 주 관람층의 연령대가 상향 조정됐기에 가능했다. 그간 영화의 중심 고객층은 10대 후반과 20대라는 것이 정설이었고, 그 정설은 별다른 의문 없이 신봉돼 왔다. 하지만 한 예매사이트가 어느 시점에 집계한 ‘도둑들’의 연령별 예매율에 따르면, 20대는 26%에 지나지 않는 반면 30대가 40%, 40대가 31%였다. ‘건축학개론’(이용주),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등 올해의 멜로 흥행작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영화 대폭발의 원동력으로 “장르의 다양화” “떼주연(멀티캐스팅)의 대세”와 더불어 “30대 이상 관객의 힘”을 꼽은 한 분석은 설득력 강한 진단이었다.

대선 정국 등 정권 말기의 사회적 불안정도 빅뱅의 동력 중 하나다. 영화는 어느 정도 사회를 반영하거나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게 마련인지라,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사회의 불안정을 해소시키고 일말의 위안을 추구할 테니까 하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영화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그래서다. 흥미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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