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카페
‘치바이스가 누구냐’ 외 다이제스트
라이프| 2012-11-15 08:54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커뮤니티 디자인(야마자키 료 지음, 민경욱 옮김/안그라픽스)=디자인이 상품의 미적 아름다움을 넘어 개인의 생활과 공동체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교토조형예술대 교수인 야마자키 료의 과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자연재해와 디자인, 주민 참여형 디자인 등으로 디자인의 사회적 적용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저자에게 디자인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도구다. 사람과 마을이 서로 연결되는 방법을 디자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주민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 분석 데이터와 디자인 제안을 공공사업에 접목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친다. 이 책에는 그가 펼쳐온 10여개가 넘는 프로젝트들이 들어 있다. 2010년 무연사회라는 공포에 떨어야 했던 일본의 새로운 공동체 사회 대안으로 떠오른 커뮤니티 디자인 사례를 만날 수 있다.

▶치바이스가 누구냐(치바이스 지음, 김남희 옮김/학고재)=2011년 5월 11일, 치바이스의 ‘송백고립도(松柏高立圖)’와 전서 대련이 약 718억원에 낙찰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장다첸과 함께 피카소를 넘보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치바이스 열풍의 현주소를 보여준 셈이다. 이 책은 치바이스가 세상을 뜨기 10년 전에 구술한 자서전으로 그의 그림만큼이나 자연스럽고 담백하다. 가난한 집, 병약한 아이로 태어나 목수로, 다시 화가로 조금씩 성장하며 넓어지는 그의 강의 흐름 같은 삶이 할아버지 옛이야기처럼 구수하다. 제도권 회화 수업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독학으로 주변의 사물과 자연을 그려나간 그는 무엇보다 꾸미는 것을 싫어했다. 세심하게 있는 그대로가 아닌 그의 마음에 담긴 사물을 그려낸 그의 그림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건 그 마음에 함께 생명에 대한 사랑과 평화가 녹아 있는 까닭이다. 

▶에너지 명령(헤르만 셰어 지음, 모명숙 옮김/고즈윈)=3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재생 가능 에너지의 현재 위치에 대한 점검과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면 교체를 가로막는 방해물에 대한 진단 및 효과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 책의 제목은 19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빌헬름 오스트발트가 1912년에 출간한 혁신적 저서 ‘에너지 명령’에서 비롯됐다. 헤르만 셰어는 에너지의 자연법칙적 의미를 강조하며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과 태양에너지의 불가피적 선택을 주장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변화는 생존 가능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경제 방식일 뿐 아니라 깨끗한 공기를 누릴 천부적 인권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말이다. 셰어는 특히 100%를 위한 창조적 파괴로의 도약 시스템으로 대안적인 실용적 구상 몇 가지도 제안한다.

▶넘버(노희준 지음/민음사)=역사와 사회에 복수하는 연쇄살인범 이야기 ‘킬러리스트’로 제2회 문예중앙 소설상을 받은 노희준이 또 한 번 범죄추리소설을 냈다. 기억을 이식당한 채 시체 청소부가 된 남자와 타인의 기억을 조종하는 살인 호스트가 된 남자의 숨막히는 추격전을 그렸다. 이야기는 애인의 죽음과 함께 걸려온 전화로 시작된다. 남자의 군번과 똑같은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 자신을 닮은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 자수를 하고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또 수차례의 살인을 저지른 남자는 그에게 시체 처리를 요구한다. 주인공은 그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 시작하지만 분석이 거듭될수록 그가 나인지, 내가 그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가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알고 있다면 나와 그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나와 너의 경계가 허물어진 존재 앞에서 실존의 문제는 복잡해진다.

/meel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