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文-安 협상 결렬… ‘87년의 악몽’ 재현되나
뉴스종합| 2012-11-22 13:50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전격적인 단독 회동에서도 ‘룰 협상’에 대한 아무런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두 후보가 내건 ‘후보등록일 전 단일화’ 약속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아울러 올해 대선이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분열했던 지난 1987년 대선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측이 현재 다투고 있는 쟁점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문항에 대한 이견이다. 문 후보측은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적합도 조사에서 ‘지지도 조사’로 수정해 안 후보측에 제안했지만, 안 후보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문구를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측은 ‘야권 단일후보’라는 단어 중 ‘야권’이라는 단어가 야당인 민주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측이 수정안을 제안한 것이다. 반면 ‘지지도 조사’에선 양측의 유불리가 비교적 덜하기 때문에 수용 가능 한 것 아니냐는 것이 문 후보의 생각이다. 반면 안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문항이 질문 문항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측이 합의한 단일화 3원칙 가운데 ‘이기는 단일화’라는 원칙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문항이라는 것이다.

두 후보의 룰 협상 결렬은 사전에 어느정도 예측 가능했던 사안이다. 지난 21일 밤 열린 TV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제대로 보고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공세를 폈고, 안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는 후보”만을 강조하며 맞섰다. 양측은 TV토론 중 단일화에 대해선 평행선만을 이어갔다.

여기에다 이날 만남은 배석자 없는 두사람만의 단독 회동이었다. 여론 조사 전문가의 배석없이 양자만이 만난 것은 서로가 제안할 수 있는 협상 대안을 즉석에서 제시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보고받은 내용과 여론조사에 대한 자신의 상식을 기준으로 회동이 진행됐을 공산이 크다. 그만큼 협상의 폭과 대화의 깊이가 얕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후보에게 있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신뢰’가 깨진 것으로 비쳐지는 점이다. 문 후보는 이해찬 대표가 사퇴를 한 것이 안 후보측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안 후보는 ‘우리는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양 후보 캠프의 감정 싸움을 풀수 있는 열쇠를 가진 두 후보 조차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두 후보의 전격적인 단독 회동이 결렬됨에 따라 ‘후보등록 전 단일화 약속’은 무산될 공산이 커지게 됐다. 두 후보는 지난 6일 단일화 합의 7개 조항을 발표하면서 ‘후보등록일 전 단일화’를 약속 한 바 있다. 아울러 두 후보가 각각 후보등록을 할 공산도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올해 대선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3자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커지게 된다. 본격적인 투표용지 인쇄 시작이 12월 초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단일화를 위한 시간은 며칠 더 남게되지만, 현재처럼 양 후보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지 못한 상황에선 후보 등록 이후더라도 전격적인 단일화 가능성을 낙관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 ‘1987년 대선’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87년 대선에선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분열이 결국 노태우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득표율을 보면 노태우 후보(36.6%)가 1위였고, 김영삼 후보(28.0%), 김대중 후보가(27.0%) 순이었다. 2위와 3위 후보가 단일화했다면 1위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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