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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선정 또다시 좌절 된 고덕주공2단지 가보니…
부동산| 2012-12-04 12:52
[헤럴드경제 = 윤현종기자] 재건축 사업을 위한 시공사 입찰이 있었던 3일,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는 조용했다. 영하로 내려간 날씨 속에 행인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 7월 시공사입찰이 무산된 이후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은 건설사들에게 대폭 완화된 조건을 제시하며 절치부심 이번 입찰을 준비했지만 이날 관심을 보인 건설사들은 한 곳도 없었다.

응찰마감 1시간 전,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단지 내 A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다. 텅 빈 사무실에는 중개업자 혼자 전기난로에 의지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상호와 이름이 밝혀지기를 거부한 그는 먼저 “여기처럼 입지 괜찮고 사업성 좋은 재건축 단지는 없다”며 이번 시공사 재입찰에 강한 희망을 걸었다. 지금이야 인근 20개 중개업소들의 1년 치 매매거래를 합쳐도 80 건이 안 넘는 등 사정이 어렵지만 시공사만 선정되면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중개업자는 “특히 이곳은 공공관리제가 적용돼 이번 시공사입찰에 성공하면 내년 1월 26일께 시공사 선정이 완료되고, 3개월 내에 의무적으로 본계약을 맺어야 한다” 며 “그렇게 될 경우 이미 시공사 선정을 마친 인근 다른 단지들보다 훨씬 빠르게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덕주공2단지는 현재 공급면적 42.9㎡와 62.7㎡가 대지지분 66.8㎡, 97.3㎡에 해당해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 부동산경기를 되살리는 데 시공사입찰 성공이 그만큼 절실한 이유다.


응찰 마감 15분 전인 오후 5시45분, 고덕주공2단지재건축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분위기는 차분했다. 2시간 전 방문했을 때만 해도 “기자는 나가주시라”며 민감하게 반응하던 사무소 관계자들은 사뭇 달라진 태도로 기자를 조합장실까지 안내했다.

변우택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장은 “이제 15분 남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 곳도 응한 건설사가 없으니 99% 유찰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변 조합장은 “이게 모두 정책 타이밍을 잘못 맞춘 정부 탓”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경기를 망쳐놓고 재건축사업을 하라는 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며 그는 울분을 토했다. 그는 “5∼6개 건설사들이 ‘내년에는 꼭 응찰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며 “내년 4월께로 예상되는 3차 입찰 시에는 입찰보증금을 10분의 1로 줄여서라도 마무리짓겠다”고 덧붙였다.

오후 6시 15분, 시공사입찰 무산이 확정된 뒤 다시 한 번 A공인중개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유찰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내년으로 넘어가겠네요”라고 말했다. 돌아서는 그의 어깨가 너무 작아 보였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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