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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연기로 진검 승부..가십거리 되고 싶진 않다”(인터뷰)
엔터테인먼트| 2013-01-10 08:28
배우 배두나가 첫 할리우드 진출작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관객들 앞에 나섰다. 국내 배우가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한다는 것이 흔한 일이 됐지만,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배두나는 이번 영화를 통해 아쉬울 게 없을 만큼 놀라운 역량을 발휘한다. 비중도 상당하다. 특히 클론 손미로 분한 그는 짐 스터게스(혜주 역)와 사랑에 빠지면서 사람이 되길 꿈꾸는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잦은 홍보 일정에 지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펼쳐냈다. 그만큼 이번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그는 “말 주변은 별로 없지만 성심 성의껏 답해 드리고 싶다”면서 “최선을 다했는데, 진심은 전달 될 거라고 믿는다”며 웃어 보였다.


인간이 아닌 캐릭터가 처음이 아니다. 전작 ‘공기인형’에서도 배두나는 ‘인형’으로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손미에 온전히 이입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공기인형’의 연장선에 있는 거죠. 일단은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해 봐서 그런지 난해하지는 않았죠. 처음에 스크립트를 볼 때 제가 하면 잘 할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어요. 애초에 손미 역을 하라는 제안은 없었고요. 그냥 시나리오를 읽어 봤을 뿐이었죠. 근데 왠지 모르게 손미한테 애정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감독님이 손미 파트의 대사를 읽어보라고 했을 때 깜짝 놀랐죠.”

촬영 내내 행복했다. 스태프들의 존중을 받았고, 가족 같은 화목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현장은 ‘칼’ 같이 이뤄진다던 속설과는 정반대의 말을 늘어놨다.

“지금까지 이렇게 화목한 현장은 본 적이 없어요. 많은 분들이 할리우드 영화는 기계적이고, 칼 같을 거라고 하시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죠. 끈끈한 정이 있었어요. 초반에는 물론 외로웠죠.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괜히 막막했어요.”

한국과는 사뭇 달랐다. 국내에서는 매니저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해외에서는 철저히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소화해야 했다. 그렇지만 촬영 스태프들의 존중을 받으며 따뜻한 분위기 속에 촬영을 마쳤기에 후회는 없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잖아요. 저는 이번 촬영 현장에 혼자 간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저보고 ‘너 야생이냐’고 하더라고요.(웃음) 남 부럽지 않게 촬영했어요. 나라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작품을 한다해도 이런 촬영장은 다신 없을 것 같아요. 너무 좋았어요.”

국내에서부터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 벌써 3개국을 넘나들며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것처럼,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각 나라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배두나는 어디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소신껏 연기했다.

“조금씩은 다 다르죠. 저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에 가면 미국식으로, 일본에 가면 일본식으로요. 일본 같은 경우는 스케줄이 정말 정확해요. 약속을 함에 있어 오차가 없죠. 제가 여태껏 찍은 두 편의 작품이 그랬어요. 현장에 모니터는 감독님만 봐요.(웃음) 촬영한 것은 전적으로 촬영 감독님의 몫이거든요.”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중간 정도인 것 같아요. ‘클라우드’ 팀은 주말에 쉬는 것 확실하고 시스템 적으로 합리적이에요. 밤샘 촬영도 없었고요. 턴 어라운드라는 제도가 있어서 매일 촬영하면 11일 째 하루는 쉬더라고요. 스태프들에 대한 처우가 잘 돼있죠. 그래도 한국이 훨씬 편하죠.(웃음) 벌써 10년 넘게 우리나라에서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한국 영화가 가끔 스케줄에 변동도 생기고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즉흥적으로 할 때의 힘’이 있더라고요.”

배두나는 ‘신비주의’ 배우로 꼽히기도 한다. 데뷔 이래 줄곧 독특한 행보를 걸어서일까. 그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은 가득하다. 그는 “전혀 신비스럽지 않은데 왜인지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글쎄 왜 그럴까요? 물론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제 주관이 뚜렷한 편이에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연기로 승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 여배우라는 직업을 찬양해요. 가끔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요.(웃음) 연기 외에 나머지 것들은 다 덧없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래서 쓸데 없는 욕심을 비우고, 연기에만 치중하려고 하죠. 작품만 있다면 365일 일하고 싶어요. 배우가 아닌 가십거리가 된다거나, 연예인 같은 느낌은 싫어요.”

연기 외에도 배두나는 사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또 쿠키를 만드는 것도 취미다. 이미 많은 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취미생활이 연기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냐고 묻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쉬는 시간에는 열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스크린에는 그 사람의 실제 인생이 비춰진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아무리 캐릭터에 몰입해도 본질이 탄로나는 것 같아요. 평소에 인간 배두나로서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죠. 뭐 그렇기 때문에 사진 찍고 꽃꽂이 하고 쿠키 굽는 건 아니지만요.(웃음)”

어느 덧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그의 뒤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달콤한 칭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배두나에게는 별로 신경 쓸 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부담감도 없다. 그저 좋아하는 작품을 할 수 있는 사실이 행복할 뿐이다. 천상 배우다.

“그런 수식어를 들으면 피식 웃고 말아요. 붕 뜨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웃음) 그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요즘은 인간 배두나로 돌아오는 작품을 한 번씩 거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빨리 하기에 급급했는데 말이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다시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슈팀 양지원 기자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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