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일반
[위크엔드] 공업용우지·벤조피렌 파동…흠집 난 ‘국민먹거리’ 한때 전국이 분노
뉴스종합| 2013-01-11 11:26
80년대 삼양라면 ‘우지 파동’
7년 법정공방 끝 억울함 벗었으나
시장은 외면…기업 존속위기까지

2008년 농심 ‘바퀴벌레 파동’
같은시기 삼양라면엔 금속너트…
불매운동 겹쳐 정치문제 비화

작년 발암물질 검출 파문
中·대만 등서도 안전성 논란
각국 리콜 요청…후폭풍 여전



김치와 비견할 만한, 끊을 수 없는 유혹이다. 50년의 역사 동안 한국인 남녀노소 모두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은 음식, 라면 이야기다.

오래된 연인이 그러하듯, 라면도 행복한 시절만 누렸던 건 아니다. 애증(愛憎)이 반복된 역사였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만큼 국민의 공분을 살 때에는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로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1980년대 우지 파동부터 시작해 최근 가격 담합, 발암물질 파동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 반백년이란 시간을 그저 ‘대표 먹거리’라는 온실 속에서만 보낸 게 아니라는 의미다. 

우지 파동은 20년 넘게 지난 지금에도 왕왕 회자될 정도로 큰 상흔을 남긴 대표 먹거리 사건이다. 지금 40대 이상은 물론, 당시 아동이었던 30대까지도 이 사건을 기억할 만큼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국내 최초로 라면을 생산했던 삼양식품과 함께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검찰이 삼양라면을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우지’로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 이른바 ‘우지 파동’이 시작됐다. 삼양 측은 검찰이 정확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반박했고, 일각에선 경쟁 업체나 검찰 등이 악의적으로 사건을 만들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업계는 삼양이 사용했던 우지가 12등급 중 2등급에 해당하는 최상급 식용우지라고 반발했으나, 이미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된 이후였다.

결국 삼양은 7년 넘게 법적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 1997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아 억울함을 벗었다. 하지만 시장은 삼양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우지 파동 이전 50%를 호가하던 삼양의 시장 점유율은 10% 수준으로 하락했고, 매출도 크게 줄어 기업 존속위기까지 겪었다. 


2008년에는 라면에서 너트, 바퀴벌레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때아닌 불매운동이 펼쳐졌다. 당시 한 소비자가 ‘신라면’을 끓이던 중 바퀴벌레를 발견해 농심 측에 알렸고, 농심은 제조 과정이 아닌 유통 과정에서 바퀴벌레가 들어간 것 같다고 발표했다. 때마침 같은 기간 금속 너트 이물질이 삼양라면에서 발견돼 두 라면업계가 모두 이물질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는 당시 시대적 상황과 묘하게 맞물렸다는 점이다. 2008년은 촛불집회가 최대 이슈로 떠오른 시기였는데, 언론사 광고를 둘러싸고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던 시기였다. 당시 이 사건이 특정 언론의 광고 문제와 얽히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된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구매, 불매 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라면이 때아닌 정치 문제로 비화됐다.

지난해에도 라면업계는 일년 내내 크고 작은 풍파를 겪었다. 지난해 3월에는 가격 담합으로 라면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4개 업체가 2001~2010년 10여년간 조직적으로 가격정보를 교환하면서 가격을 담합했다며, 총 13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양식품은 리니언시(자진신고)로 과징금 120억6000만원을 면제받았다. 이 사건은 공정위가 선정한 2012년 10대 뉴스에도 뽑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라면업계가 겪은 가장 큰 위기는 업계 1위 농심 라면의 발암물질 검출이었다. ‘너구리’, ‘새우탕’ 등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라면업계가 또다시 검증대에 올랐다. 벤조피렌은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고온에서 식품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 등이 불완전 연소할 때 발생한다.

농심 라면 수프에 사용한 조미료 가쓰오부시에 벤조피렌이 들어 있다고 알려지면서 라면 판매량이 급감했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격 회수 조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를 찬성-반대하는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농심이 라면업계 1위인 만큼 파장은 국내에 머물지 않았다. 중국 대만 일본 등 세계 각국 수출 시장에서도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대만에서 농심 라면 긴급 회수 명령이 떨어졌고, 중국도 리콜을 요청하는 등 파장이 세계 각국으로 일파만파 번졌다. 이후 식약청이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발표하면서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후폭풍을 남기고 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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