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박근혜 공무원 개혁은 ’피말리는 경쟁’
뉴스종합| 2013-01-25 00:10
구조적으로 고위 공무원 줄이고, 철학적으로 직위분류제 도입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역대 정부에서 공무원 사회는 늘 개혁 대상 ‘1순위’로 꼽혀왔던만큼, 박근혜 당선인도 공무원 개혁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새 대통령이 자신만의 국정철학과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관료사회를 틀어잡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시인 김지하가 40여년 전 ‘오적(五賊)’에서 국회의원, 장성, 재벌과 함께 ‘다섯 도둑’으로 분류해 비판했던 장·차관과 고급공무원 등 공무원 사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는 점은 개혁 추진의 원동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강도 높은 공무원 사회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현 정부의 15부2처18청을 17부3처17청으로 개편한 뒤, 실·국 단위도 전면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따라 1~3급 고위 공무원은 감축하되,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육·복지·치안 분야에서 대민서비스를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공무원 사회 개편은 구조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철학적인 차원에서도 이뤄질 전망이다.

핵심은 미국식의 ‘직위분류제’ 요소를 공무원 사회에 대거 도입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방형 공무원 임용제와 고위공무원단제 등 일부 직위분류제 요소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5급, 7급, 9급 공채에 따른 ‘계급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계급제의 가장 큰 문제는 업무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인사관리가 이뤄지고 공무원의 봉급, 진급, 상훈 등이 능력이 아닌 계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일단 고시를 패스해 관료사회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이후에는 ‘짬밥’ 순대로 승진하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거나 창의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승진에 유리한 좋은 보직만을 쫓는 폐단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순환보직과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직위분류제에서는 계급이 아닌 직위에 따라 공무원들의 자리가 배치된다.

직위분류제 도입이 확대된다면 단적인 예로 현재 3~4급이 맡고 있는 중앙부처의 과장급에 5급 이하도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또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계급이 아닌 성과에 따라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승진에 유리한 보직으로의 이동보다는 한 자리에서 오래 있으면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쌓기를 선호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직위분류제 도입 확대는 인수위원들의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아 정부조직개편안을 주도하고 있는 유민봉 성균관대 교수는 학계에 있을 때부터 직위분류제 옹호론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정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결합한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본부장은 논문에서 “현재의 계급제적 성격을 크게 약화시키고 직위분류제적 성격을 강화시켜야 한다”며 “이러한 제도개선 없이는 우리나라 정부조직의 성과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무원 사회의 반발 여부다. 역대 정부들도 직위분류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공직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관료조직의 저항에 대해 “집권해도, 대통령이 돼도, 세상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인수위는 공무원 사회에 ‘메스’를 대려면 정권 초기에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관련, 인수위 한 핵심관계자는 “인수위 시절부터 정부출범 초기까지 정치적 동력이 있을 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대원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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