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위크엔드] 정권위기가 공무원·관료사회엔 기회… “우린 대통령보다 오래간다”
뉴스종합| 2013-01-25 11:20
MB정부 출범때 ‘작은 정부’ 강조
조직 통폐합으로 축소 공언 불구
공무원 반발 등 목표 절반도 못해

정권 초기 움츠렸던 공무원들
후반 레임덕 틈타 조직확대 악순환



‘비에 젖은 낙엽처럼 살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

우리사회에서 어느 순간 복지부동(伏地不動)과 공무원은 동의어였다. 역대 대부분의 정권은 집권 초기 공무원ㆍ관료사회의 개혁을 공언해왔다. 그 방향은 대동소이하다. ‘부패청산’ ‘효율성’ ‘투명성’ 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 의지는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흐지부지됐고, 정권 말엔 각종 ‘레임덕 사건’이 겹치며 공무원 개혁은 대부분 유야무야됐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정권의 위기는 공무원ㆍ관료사회엔 기회가 됐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보다 오래간다”(토머스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는 말처럼 공무원ㆍ관료사회는 정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릴수록 특유의 ‘보수’ 성향을 띠며 집단이기주의로 경도되기 십상이었다. 쌓아온 ‘전문성’과 ‘철밥통’은 이들의 ‘비빌 언덕’이다.


▶ ‘작은 정부’의 실패=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 ‘작은 정부’를 강조하며 정부조직 통폐합을 통해 공무원 수를 6951명 축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로 줄어든 인원은 3222명뿐. 당초 목표의 절반 이하다. 공무원의 반발로 줄여야 할 부분을 못 줄인데다 새로운 사업계획은 꾸준히 늘어난 것이 이유다. 신사업계획은 공무원 수 증가로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경찰인력 2만명, 교사 증원, 안전과 복지 분야 등 공공 부문 일자리를 늘려 나가겠다고 밝히며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공무원 수 증가는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공무원ㆍ관료사회의 첫 체계적 조직개편을 시도하며, 집권 초기 8602명의 공무원을 일시에 퇴출시키는 개혁을 실시했다. 서슬퍼렇던 군부 정권 시절, 공무원ㆍ관료사회는 일시 움츠러들었지만 다음 정권에선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기간 16만명 이상 공무원이 증가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4차에 이르는 조직개편을 통해 분야별 개혁 방안을 추진했으나 근본적 개혁에는 실패했다.

IMF 사태로 인해 ‘작은 정부’를 주창하는 신자유주의적 이념을 수용했던 김대중정부 집권 기간 역시 공무원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인원이나 조직 축소보다 ‘정부 혁신’을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해마다 거의 1만명씩의 공무원 수 증가를 경험했다.

공무원 수 증가의 원인은 크게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 증가, 공무원사회 자체의 속성 등이며 ‘박근혜정부’의 경우엔 복지공약 강화가 이유로 꼽힌다. 


▶공공 부문 지출 줄여라=일본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총무상은 지난달 7일 내각회의에서 올해 국가공무원 정원을 3000명가량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의 전체 공무원 수가 30만명임을 고려하면 전체의 1%를 줄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축폭이다.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을 2014년부터 시행키로 한 것에 대해 정부가 앞장서서 공무원 수를 줄여 예산을 절감키로 한 것이다.

비대한 정부조직 때문에 나라 전체가 위기에 처한 국가도 있다. 그리스는 임금 고용자 10명 가운데 4명이 공무원일 만큼 공무원의 수가 늘어났다. 결국 그리스는 ‘공무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경제가 파탄났다. 유럽 경제위기의 중심엔 이 같은 그리스 공무원사회의 비대함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리스는 공무원 임금 삭감·감원 등을 실시하며 경제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개혁 위해선?=공무원이 주로 지적받는 것은 ‘철밥통 신화’다. 일단 되고 나면 어지간한 문제가 있지 않고선 일자리가 보장되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제도 실천이 꼽힌다. 지방공무원법 65조 3항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불량한 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고, 62조는 ‘직위해제된 자가 능력이나 근무성적 향상을 기대키 어려울 경우 임면권자가 직권면직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 ‘복지부동’ 관행을 고칠 수 있는 제도로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삼진아웃제’와 ‘미스터리샤퍼제’ 등이 제시된다. 삼진아웃제는 부정부패 사안과 관련해 모두 세 번의 기회를 주고 해당 공무원이 제시된 규정을 위반할 경우 직위해제 또는 면직 처리하는 제도다. ‘미스터리샤퍼제’란 쇼핑업체가 직원의 근무태도를 체크하기 위해 평가자가 고객으로 위장해 해당 매장을 방문하는 제도로, 이를 공무원의 근태 평가에도 차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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