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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즐길 줄 아는 당신이 챔피언
뉴스종합| 2013-01-28 11:21
십여년 전 처음 그가 TV에 등장한 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여느 스타들과 달리 전형적인 한국인 체구에 익살스러운 표정, 무엇보다 처음 접해보는 독특한 리듬과 선율에 나이도 잊은 채 절로 어깨가 들썩거렸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범상치 않은 친구란 내 예단(豫斷)은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본명 박재상, ‘싸이(Psy)’ 얘기다. ‘싸이코패스’란 단어의 앞 부분을 따왔다고 한다. 예명 탓일까, 그의 데뷔곡인 ‘새’란 노래 제목 탓일까? 단맛 쓴맛 다 보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더니 급기야 누구는 한 번도 힘들다는 군대를 두 번씩이나 다녀왔다.

그랬던 그가 이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월드스타로 우뚝 섰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었던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을 ‘넘버 투(NO. 2)’로 한 단계 밀어냈을 정도다.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유명인사들도 어설픈 우리말로 “옵옵옵 오빤 강남스타일~!”을 따라부르며 너도나도 그의 말춤을 패러디한다.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유력 일간지들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드높였다”고까지 평가했다. 수백명의 외교관이 해야 할 일을 그 혼자서 척척 해낸 셈이다.

유명세를 치르는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도 벌어졌다. 중세 프랑스의 의사이자 예언자였던 노스트라다무스의 말을 해석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10억뷰를 돌파하는 순간 세계 멸망이 시작된다는, 이른바 ‘싸이 지구종말론’이었다. 다행히도 지구는 예전처럼 잘만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인의 공통 코드인 ‘유머’로 세계와 소통에 나선 싸이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입은 얼마나 될까? 한 발표에 따르면 잠재적ㆍ무형적 가치를 포함하지 않은 순수 그의 매출액만 따져도 3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는 국내 자동차기업들이 중형자동차 수천대를 수출해야만 벌 수 있는 큰 금액이다.

K-팝(Pop) 등 한류(韓流)의 경제적 유발 효과는 지난 2009년 약 4조원에서 불과 3년 만인 지난해 12조원으로 3배나 늘어났다. 여기에다 싸이 열풍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가히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조사해봤더니 한류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늘면 IT 등 소비재 수출은 412달러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콘텐츠 그 자체로 벌어들이는 금액보다 그로 인해 파급되는 경제적 효과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한류 인기가 곧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수출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는, 이른바 ‘스노볼(snow ball)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수출입은행도 훈풍이 불고 있는 한류문화산업에 작은 도움을 보태고자 한다. 다름 아닌 오는 2016년까지 문화콘텐츠 분야에 1조원을 지원해 한류를 선도할 기업 10개 정도를 키워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올 초 조직 개편을 통해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한류 수출 지원 전담팀인 ‘문화콘텐츠사업팀’도 꾸렸다.

자, 이제 놀 판은 만들어졌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그저 세계인들 앞에서 신명나게 놀기만 하면 된다. 싸이도 말했지 않았는가. “진정 즐길 줄 아는 당신이 이 나라의 챔피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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