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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여성시대 빛과 그림자 “女봐라~”
뉴스종합| 2013-02-01 07:47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은 여성 인력을 더 많이 활용하겠다고 한다. 차기 정부는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 의무화를, 민간은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여성 대통령 탄생을 계기로 이러는 걸까. 아니다. 이전에도 그랬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일 뿐. ‘우리는 과연 여성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우리에게 묻고 싶다.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은 활발하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80년 42.8%에서 지난해 49.9%로 증가했다. 남성은 같은 기간 76.4%에서 73.3%로 완만하게 감소했다. 특히 20대 여성의 고용률은 2010년부터 남성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격차는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우먼파워’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기업의 여성 임원 발탁, 각종 고시에서의 약진, 남학생을 제친 대학 진학률 등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거세진 ‘여풍’(女風)을 실감할 수 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종말을 고하는 것 같다.

이런 추세에도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다. 한국사회에서 ‘유리천장’(Glass Ceilingㆍ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은 ‘현실’인 셈이다.

한국 여성은 희생의 삶을 살아왔다. 오랫동안 ‘아이의 엄마’로 불렸다. 자신의 이름은 ‘○○ 엄마’였다. 최근 들어서는 또 하나의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일과 가정을 함께 책임지는 ‘슈퍼맘’이 그들이다.

그런가 하면 ‘금녀’(禁女)의 벽은 견고하다. 아직도 남성의 영역에 진출한 여성은 화제거리에 불과하다. 그들은 안에선 가족과 투쟁해야만 했다. 밖에선 남성과 싸워야 했다.

한 여성 고위 경찰은 “가족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서는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다”고 했고, 한 위관급 여군은 “금녀의 벽에 살짝 금이 갔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 여성의 삶이 현저히 달라졌어도 성(性)에 대한 실질적 차별, 가사와 직업의 이중부담 등 현대 여성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래도 쉴 수 없다. 자녀 교육비에 허리휘는 가계, 빨라진 남편의 은퇴연령,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성들에게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좋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여성 CEO(최고경영자)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초라하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335만5000개 중 대표자가 여성인 사업체는 124만8000개(37.2%)나 된다. 그러나 영세하다. 평균 종사자 수는 2.8명으로 전체 사업체 평균 종사자 수 5.3명의 절반 수준이다.

경제 측면에서 볼 때 여성 인력의 저조한 활용은 국가적 손실이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여성의 역할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21세기는 지식기반 사회. 여성의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혁신을 주도하는 창조적 인적자본 축적에 남녀 구분이 없다.

이화여대 차은영 교수는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2009년부터 남학생을 추월했다. 그러나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어 국가인력활용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별 격차는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격차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여성 사이에서 ‘가장 좋은 스펙은 남성’이란 말이 나온다.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정책 등이 미비한 가운데 높은 가사 부담이나 아직도 구축 중인 보육인프라. 너도나도 여성 채용을 늘린다고 하지만, 그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고 높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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