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인
재벌가 딸 7인방, 스타일 비교해보니…
뉴스종합| 2013-02-04 08:05
[헤럴드경제=산업부]재계 오너의 딸 ‘7인방’이 뛰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한복판에서다. 자칫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때에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재벌의 딸’에게 적지 않은 기대를 한다. 경영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비상 상황이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난파(難破)를 막을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걸로 봐서다.

이들 가운데 한국에선 유일하게 ‘글로벌 톱 50 여성 경영인’으로 뽑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48위ㆍ2011년)을 이을 재목이 나올 것으로 예상할 만하다.

이런 까닭에 이들‘판타스틱7(F7)’의 경영 스타일을 살펴보고, 결과를 짚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레이스 출전명단엔 삼성가(이부진ㆍ이서현), 현대가(정성이ㆍ정지이), 한진가(조현아ㆍ조현민), 대상(임상민)이 이름을 올렸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은 이미 울려퍼졌다.

▶삼성가의‘불도저형’이부진, ‘모범생’이서현=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ㆍ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겸임)은 일찌감치 선 굵은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외모와 성격은 물론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까지 빼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텔신라의 해외 면세점 확장 사업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면서도 에버랜드, 삼성물산의 경영도 알뜰하게 챙긴다. 한 관계자는 “추진력면에서 남성을 압도한다”며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사업 보고를 허투루할 생각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제일기획 부사장 겸임)은 ‘모범생’ 스타일이다. 성실함은 정평이 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제일모직 한 임원이 급하게 보고할 게 있어 새벽 1시께 e-메일을 보냈더니 곧장 답신이 왔다고 한다”며 “열정면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전과 열정도 갖추고 있다. 한국형 SPA의 대표주자인 ‘8세컨즈’를 론칭해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시장 잠식에 대응하는 한편 구호, 빈폴, 갤럭시 등 한국을 대표하는 내셔널 브랜드를 육성해 글로벌 패션 브랜드 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설립,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가의‘뚝심’정지이, ‘어머니형’ 정성이=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는 ‘뚝심형’ 경영인으로 통한다.

여느 오너의 자녀와 달리 평사원부터 시작했다. 광고전문가를 꿈꿨던 그는 부친이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자 현대상선에 입사했다. 2006년, 그룹내 시스템통합(SI)업무를 하는 현대유엔아이로 옮겨 매출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소탈하고 친절한 태도로 임직원들에게 신망이 높다. 절대 튀지 않으면서도 뚝심있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평이다. 모친인 현정은 회장이 세계적인 여성CEO로 조명을 받고 있는 만큼 정지이 전무도 현 회장의 경영 노하우를 지근거리에서 체득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맏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어머니형’으로 분류된다. 20여년간 전업주부로 살다 모친인 고 이정화 여사와 함께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이사를 맡으며 뒤늦게 경영에 입문했다. 자상하게 뒤에서 챙겨주는 역할에 충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노션의 설립 당시에는 주요 인물의 발탁과 조직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잡은 뒤엔 공식석상에 나서는 건 자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신차 발표회는 물론 해외 모터쇼에도 가급적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조용하게 현장을 누비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한진가의 ‘보스형’조현아. ‘톡톡튀는’조현민=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기내식기판사업본부장(부사장)은 과묵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이다. 호불호가 명확하고 본인의 사람이라면 끝까지 챙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가 3세 중에서 가장 카리스마 있고 추진력이 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기내식 분야에서 비빔밥을 소개하는 등 기내식 서비스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조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진에어 전무 겸임)는 젊은 감각을 앞세워 현장 경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초 진에어 전무로 승진한 이후 직접 일일 승무원으로도 나섰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고객과도 활발하게 소통, 대한항공에 신세대 감각을 전파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상의 ‘꼼꼼한’ 임상민=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차녀로, 지난해 10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임상민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은 꼼꼼하게 살림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 유학(런던비즈니스스쿨 MBA)을 마치고, 대상 전략기획본부에 투입된 임상민 부본부장은 올해 예산안 확정을 미루고 상황별 경영 전략을 세밀하게 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예년엔 이맘때 쯤이면 예산이 확정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며 “그러나 애초 확정된 예산안을 백지화시키고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에 부합하는 예산 운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임상민 부본부장의 직급은 부장급이지만, 대상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치를 볼 때 시나리오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고 재계는 관측한다.

그가 속한 전략기획본부가 회사 경영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핵심 부서인 데다 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 37.42%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만큼 책임경영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임상민 부본부장은 언니인 임세령씨(지분 19.9%), 부친인 임창욱 회장(2.89%)보다 많은 주식을 갖고 있어 사실상 경영 후계자로 낙점됐다는 분석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임 부본부장은 차장으로 일할 때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열정적으로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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