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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형제는 36억명…출시 50년 맞은 모나미 153볼펜
뉴스종합| 2013-02-04 08:46
-같은 디자인으로 36억개 판매

-“우수한 기능, 단순한 디자인, 저렴한 가격이 사랑받는 비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육각기둥 몸통에 둥근 까까머리. 태어난 지 50년이 지났지만 모두 똑같은 모습이다. 한국인이 다 한다는 성형도 하지 않았다. 늙지도 않았다. 모두 합해 36억개. 한 줄로 세워 놓으면 지구를 13바퀴 거뜬이 돌 수 있다. 책상 위 연필통에서 한 개쯤은 찾을 수 있는 이 것. 삐뚤빼뚤 글씨를 배워가는 초등학생의 몽당연필에게 몸통이 되어 준 이것. 바로 모나미 153 볼펜이다.

모나미 153 볼펜이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았다. 모나미(대표 송하경)의 전신이었던 광신화학공업을 운영하던 송삼석 회장이 153볼펜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1962년. 국제산업박람회에서 우연히 일본 문구업체 직원의 볼펜을 보고 우리나라의 볼펜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송 회장은 153 볼펜의 구조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 육각 기둥 모양의 몸체, 원추 모양의 머리, 간단한 조작노크, 스프링, 잉크 심 등 5개의 필수 부품만으로 만들어 가격을 최대한 낮췄다. 당시 버스 1구간 요금과 비슷한 15원에 내놓기 위해서다. 153 볼펜이란 이름 역시 15원에 회사의 세번째 제품이란 뜻이 합쳐진 것.

연구 끝에 1년 만에 153 볼펜이 탄생했지만 문제점이 많았다. 셔츠 주머니에서 잉크가 터진 소비자들에게 세탁비를 물어주는 일이 잦았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성잉크의 적당한 점도를 찾고 정밀한 볼펜 촉을 만들기 위해 수백, 수천 개의 시제품이 버려졌다.
1963년 처음 등장한 모나미 153볼펜은 50년 동안 우리나라 필기구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출시 초기 153볼펜의 신문광고.                                                                   [사진제공=모나미]

“펜이란 잉크를 묻혀가며 쓰는 것”이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 직원들은 관공서, 은행, 기업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잉크병 없애기’ 운동을 벌였다. 153볼펜을 쓰면 자주 번지고 잉크병을 엎지르기 일쑤인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인기를 얻은 153볼펜은 50년 동안 같은 디자인으로 꾸준히 사랑받았다. 70~80년대 고도성장기에나, 외환위기에나 변함없이 사무실을 지킨 것은 모나미 153볼펜이었다 송하경 대표는 “우수한 기능과 질리지 않는 단순한 디자인, 부담없는 가격이 꾸준히 사랑 받아온 비결”이라고 전했다.

모나미는 153 볼펜의 50돌을 기리기 위해 프리미엄 153 볼펜을 6월 중 제작한다. 국내 필기구 시장을 대표해온 153 볼펜 처럼 대한민국 각분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인물을 선정해 6월 중에 전달한다. 소장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도 별도로 제작, 판매될 예정이다.

why37@heraldcorp.com

모나미 153 볼펜을 만든 모나미 창업주 송삼석 회장과 송하경 대표         [사진제공=모나미]

모나미는 지난해 경기도 용인 본사사옥 옥상에 15m, 750㎏ 규모의 153 볼펜 조형물을 세워 50주년을 준비해왔다.                                                                                         [사진제공=모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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