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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예비범죄자로 보는 시선 버려야 ”
뉴스종합| 2013-02-26 11:27
한국 체류 외국인 140만명 돌파
장기적 포용 정책만이 범죄 막아




호리호리하고 꼿꼿한 몸매, 하지만 인상은 부드럽다. 눈빛은 형형하다. 제복 대신 도포를 걸쳤어도 어울릴 법하다. 박외병<사진> 안양 동안경찰서장의 첫인상이다.

지난 15일 박 서장은 ‘한국외사경찰의 다문화정책 정향성과 다문화 수용성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동국대 경찰행정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찰대학 1기 출신인 박 서장은 1985년 임용돼 필리핀 주재관,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관, 경찰청 외사국 국제공조계장, 외사기획과장 및 외사정보과장 등을 거쳤다. 경찰 내부에서 ‘외사통’으로 꼽힌다.

그와 외사업무의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초경찰서 경비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미8군 파견대장으로의 발령이 첫 인연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박 서장의 어학실력이 뛰어났던 것은 아니었다. 


“경찰대 지도관 시절, 외국인 강사에게 인사말 한 마디 못 건네는 게 부끄러워 독한 마음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했죠.”

1993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경찰업무를 수행하면서 박 서장은 미8군 파견대장 근무 후 경찰대학에서 교수요원으로 강단에 섰다. 이후 1996년 박 서장은 필리핀 주재관으로 나갔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인 외사 길을 걷게 된다. 외국생활은 다문화 문제에 대한 박 서장의 눈을 뜨게 해줬다. 2010년도 경찰청 외사기획과장으로 근무하며 초창기 다문화 정책을 만들었고, 외국인 운전면허교실, 범죄피해 예방교실, 외국인 도움센터 등도 앞장서 만들었다. 미국과 남아공 등에서 생활하며 겪은 어려움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정책에 담았다고 박 서장은 말했다.

“외국인을 예비 범죄자로 보는 시선을 버려야 해요.”

박 서장은 한국 체류 외국인이 140만명이 넘어서는 등 다문화 사회화 과정에서 열린 마음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외국인 범죄란 현상에 집중한 나머지 범죄를 만들어내는 환경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차별ㆍ배제적인 시각과 정책이 되레 불법체류자 등 우범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놀림감이 되고, 취업시장에서도 배제당하는 등 적응을 못하다 보면 결국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죠. 외국인 범죄가 늘어나며 배타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포용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죠.”

박 서장은 순혈주의와 동질성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또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창의성이 나오고 시너지도 창출된다”며 “글로벌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다문화 정책이 있어야 국가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양=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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