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보금자리론 저소득층 대출‘뚝’…고소득층 내집마련 도우미로?
뉴스종합| 2013-03-11 11:09
올 들어 대출비중 역전
대출한도 등 이용기준 강화 통한
본래 취지 살린 제도개선 시급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금자리론’이 고소득자용 주택담보대출로 전락했다. 출시 첫해 50%를 넘었던 저소득층 대출 비중은 지난해 30% 아래로 떨어진 반면 10%대에 그쳤던 고소득자 대출 비중은 20%대로 훌쩍 뛰었다.

11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 공급된 보금자리론은 2조6935억원으로, 전체 보금자리론 대출(9조260억원)의 29.8%를 차지했다. 출시 첫해인 2004년 54.3%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연소득 5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에 대한 보금자리론 대출 비중은 15.1%(1조9661억원)에서 21.8%로 크게 늘었다.

이는 보금자리론 수혜자를 늘리기 위해 ‘기본형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대출한도를 2억원에서 5억원으로 각각 확대했기 때문이라는 게 주택금융공사의 설명이다.

공사 관계자는 “기본형은 소득 기준이 없는데다 대출한도가 늘면서 고소득자의 이용 비중이 높아졌다”면서 “다만 서민이 금리 혜택을 받는 ‘우대형’도 두 가지 종류로 세분화해 지원 계층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을 제외하면 저소득층 대출 비중은 매년 줄어들어 ‘서민용’ 주택담보대출로 출시된 보금자리론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금자리론의 저소득층 대출 비중은 2004년 54.3%로 정점을 찍은 뒤 2005년 48.0%, 2006년 41.5%, 2007년 34.0%, 2008년 33.5%로 꾸준히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2009~2010년)에는 27%대까지 떨어졌고, 2011년 32.2%로 반짝 늘다가 지난해 다시 30%대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고소득자 대출 비중은 15.1%(2004년)에서 계속 올라 2009년 32.1%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2010년 28.5%, 2011년 23.1% 등으로 낮아졌다.

올 들어서는 아예 저소득자과 고소득자에 대한 대출 비중이 역전됐다. 1월 기준 보금자리론의 저소득층 대출 비중은 23.7%(90억원)로, 고소득층 대출 비중인 25.1%(95억원)보다 낮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주택가격, 대출한도 등 보금자리론 이용기준을 강화해 본래 취지에 맞게 서민을 위한 주택담보대출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