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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남부군의 눈물?
부동산| 2013-03-12 09:36
[헤럴드경제 = 윤현종 기자] 한 해 중 부동산 거래가 활발한 시기로 인식되는 3월이 왔지만 수도권, 특히 1ㆍ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남부지역의 거래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지속적으로 학부모수요가 몰릴법한 사교육 중심지, 개발호재가 있는 곳 모두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새 부동산정책만을 애태우며 기다리는 분위기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중 분당의 중심지로 불리는 정자동 주상복합 등 고층단지 시세는 지난 5년 간 40~50% 안팎까지 떨어졌다. 평촌과 산본 등도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날 부동산 114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3월 현재 평촌의 아파트 3.3㎡ 당 평균 매매가는 고점(2009년)대비 14% 떨어졌다.

산본도 2007년이후 6년 연속 하락해 10.7%가 빠졌다. 2010년부터 가격데이터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판교 등 2기 신도시도 고점(2010년)대비 18.2% 폭락해 분당, 평촌, 산본 등을 따라 도미노 하락세를 보였다.

문제는 시세가 유지될 법한 지역들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기신도시 중 전통적인 사교육 중심지로 평가받던 평촌의 ‘학원가(도로명)’ 인근에는 권리금 없이 나오는 학원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사교육이 개별과외 위주로 바뀌고 야간운영시간 규제 등으로 학원 인기가 시들해졌다”며 “3년 전까지 이곳 학원들 권리금은 1억을 넘나들었지만 서서히 빠지더니 작년에는 무권리금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규 개발호재도 별 효험이 없다. 판교의 경우 대형상업시설 및 거주단지로 평가받는 인근 ‘알파돔시티’ 착공이 최근 속도를 내면서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기대감을 보였지만 인근단지의 가격상승폭은 1%(3월기준)에 그쳤다. 특히 성남시 판교동의 경우 올들어 실거래는 전무한 상태다. 삼평동 등 판교테크노밸리 인근 지역도 등록된 실거래량은 2건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매도자와 매수자 간 희망가격차는 꿈쩍도 않고 있다. 부동산114가 최근 발표한 ‘주택거래소비자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내로 주택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수도권 거주자 10명 중 4명에 달하는 35.7%가 ‘주변 시세보다 20% 저렴하면 주택을 매수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주택 매각 의사가 있는 수도권 거주자 중 시세보다 10% 싼 금액이면 팔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에 육박했다. 실제로 1기 신도시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이 평균 4000만원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촌 B공인 관계자는 “매도자와 매수자들이 시장을 보는 관점이 제각각”이라며 “신도시의 경우 매수세력은 집값이 계속 내려갈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저렴한 가격에만 반응하는 반면, 매도자들은 2006년 이후 지속됐던 집값조정이 끝났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8일 3순위 청약을 마감하며 일단락된 동탄2신도시 3차 합동분양 결과는 이같은 거래심리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는 지적이다. 수요자들 대부분이 값싼 중소형단지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그 결과 분양에 참여한 6개 건설사 중 단지 전체를 중소형으로 구성하면서 3.3㎡당 평균 분양가 900만원대를 유지한 2개사는 경쟁률 1대1을 넘겼다. 그러나 중대형으로 이뤄진 단지는 ‘명품 브랜드’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싸 경쟁률 0.5대 1을 간신히 넘겼다.

동탄2신도시의 분양미달사태를 바라본 수도권 남부지역 부동산 업계는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취득세 감면 연장 등 규제완화정책이 확정되기 전엔 거래심리는 여전히 한겨울일 것”이라며 “비정상적인 가격에 나오는 급매물만 팔리는 시장은 정상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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