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신 고교생 父 “일주일 용돈 하루 만에 쓰고, 얼굴에 멍이나 상처 있었다”
- 학교폭력 피해 징후 충분히 있었지만 가족ㆍ학교 아무도 몰라
-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사전에 징후 파악해 예방ㆍ대응하는 것이 중요”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견디다 못해 투신한 고교생 A(15) 군은 그동안 수차례 학교폭력 피해 징후를 보여왔지만 정작 가족과 학교는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더라면 한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은 사전에 징후를 파악해 예방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경찰 및 A 군 유족 등에 따르면 A 군은 평소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심심찮게 이상 징후는 나타났다.
A 군의 아버지는 “일주일 치 용돈인 2만~3만원을 한번에 준 적이 있는데 돈을 하루 만에 다 쓴 적이 있다. 씀씀이가 해픈 애가 아닌데 왜 그랬냐며 혼낸 적이 있다”며 “그 때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썼다’고 했는데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고 속상해 했다.
또 A 군은 가끔 얼굴에 멍이 들거나 눈 밑이 긁히는 등의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넘어져서 다쳤다”는 말로 부모님을 안심시켰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에 따르면 자녀가 용돈을 평소보다 많이 요구하고, 옷 차림새가 평소보다 지저분하거나 몸이 아프다고 자주 호소할 경우 학교폭력의 징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부모가 발견할 수 있는 자녀의 학교폭력 징후는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 ▷단추가 떨어져 있는 등 평소보다 지저분한 옷차림 ▷물건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새로 사달라고 요구 ▷갑자기 급식을 먹지 않는 경우 등이다.
교사들이 알아챌 수 있는 학생들의 학교폭력 징후는 ▷이름보다 비하성 별명이나 욕으로 호칭되는 경우 ▷주변학생들에게 험담을 들어도 반발하지 않는 경우 ▷자주 엎드려 있고 혼자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경우 ▷특별한 볼 일 없이 교무실이나 상담실 주위를 배회하는 경우에 학생의 학교폭력 피해를 의심해봐야 한다.
김은지 청예단 상담원은 “학부모가 발견할 수 있는 징후와 교사가 발견할 수 있는 징후가 각각 존재한다.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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