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행복기금, 저소득층 300만가구 소외 논란
뉴스종합| 2013-03-13 11:32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 대책인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에서 정부의 도움없이는 자립이 쉽지 않은 저소득층 300만 가구가 제외돼 도덕적해이 문제와 함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새 정부가 내놓은 행복기금은 6개월 이상, 1억 원 이하를 연체한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원금을 50~70% 탕감해주고 나머지는 장기 분할상환토록 하는 방식이어서 그동안 성실히 빚을 갚은 빈곤층이나 빚을 낼 엄두조차 못내는 극빈층은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13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저소득층(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50%미만)은 지난해 기준으로 412만 1000 가구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금융대출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구는 156만 4000 가구이다. 여기서 최근 1년간 연체 경험이 있는 가구는 49만 7000 가구다. 연체가 있는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평균 73만 8000원으로 원리금상환액 78만 2000원을 갚기엔 부족하다. 채무상환비율(DSR·원리금/소득)로 치면 106.0%에 달한다.

DSR 비율은 40%가 넘으면 고위험가구로 분류된다. 이들 가운데 여러 금융기관에서 1억원 이하를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가구가 행복기금의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대출하고서도 연체하지 않은 나머지 106만 7000가구다. 이들의 가처분소득은 72만 3000원, 원리금 상환액은 71만 8000원이다. DSR비율은 99.3%로 연체 가구와 큰 차이가 없다. 이들 가구는 조그만 외부 변수만 생겨도 채무 불이행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큰 계층이다. 그러나 현재 행복기금의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연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준엽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체가 있는 가구와 없는 가구의 가처분소득과 채무상환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 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히 빚을 갚은 가구만 행복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채무상환 의욕이 꺾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 대출이 없는 255만7000 가구도 부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 가운데 204만 4000 가구는 가처분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쳐 빚이 필요하지만 소득과 신용수준이 낮고 재무상태가 부실해 대출을 거절당한 극빈층 가구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출이 없는 저소득층 가구는 월 가처분소득이 평균 57만원, 보유자산은 9802만 1000원에 그친다. 대출이 있는 저소득층 가구(69만 7000원, 2억1661만원)보다 소득과 자산이 모두 적어 생계는 더 막막할 수밖에 없다.

‘빚조차 얻지 못하는’ 절박한 계층이지만 행복기금의 혜택은 빚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더 나은 계층에 쏠리는 것이다.

이들 간에 형평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국민행복기금 시행에 앞서 저소득층의 생계대책을 우선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형평성 문제가 대두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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