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건축학개론’ 그 한옥마을도 보전된다
뉴스종합| 2013-04-03 11:03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는 장소로 등장했던 성북구 정릉 일대 부흥주택과 한옥이 보전된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0월 정릉3동 372 일대(1만5500㎡)를 주거환경관리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 그 일대 부흥주택 43개동과 한옥 17개동에 대한 재생사업을 진행키로 하고 현재 구체적인 추진방향에 대해 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10월까지 기본계획을 확정해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부흥주택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 재건을 위해 1955년 현 대한주택공사(LH)의 전신인 대한주택영단이 전쟁 후 심각한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릉을 비롯해 청량리ㆍ제기동 등 곳곳에 대규모로 조성한 공영주택이다. 2층 높이로 지어진 흙벽돌집으로 당시 주택난을 고려해 좁은 통로를 사이로 일렬로 세워졌다. 일대의 한옥 역시 60년대 지어진 것으로 서울의 반세기 역사를 함께했다.

이 지역은 본래 재개발이 예정됐으나 부동산경기 침체에 의한 사업성 악화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근대문화유산 보전 의지가 반영돼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으로 변경ㆍ추진키로 했다.

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주민 스스로 마을을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여 재생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서울시도 이 일대가 전후회복과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진 50~60년대 서울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는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된 이 지역 부흥주택과 한옥에 관리비와 리모델링비 등의 지원금을 준다.

직접 건물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일은 주민 스스로 한다. 성북구청은 보전에 필요한 기반시설 지원업무를 맡는다.

시는 “재생사업에 주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조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는 측면지원만 한다. 실제 관리업무는 주민 스스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구역 내 근대 주거지 문화프로그램 및 체험관을 조성해 50~60년대 생활상을 전시할 계획이다. 한옥을 고려해 한옥체험관, 게스트하우스, 탐방프로그램 등 한옥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도 개발한다. 정릉ㆍ정릉천ㆍ전통시장ㆍ북한산 주변 지역을 연결한 특성화 마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생사업과 함께 주민공동체 강화에도 나선다. 시는 곳곳에 주민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재생사업에 주민을 주도적으로 참여시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마련에 나선다. 시는 사업에 주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민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한다.

시는 또 지역 내 마을공동체 문화 회복ㆍ형성 및 주거지 보존에 경험이 많은 주민 및 지역 NGO 인사를 총괄계획가(MP), 지역활동가(보조MP) 등으로 임명해 시와 구ㆍ주민의 의견을 조율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일대 보전사업이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상 보전ㆍ관리가 의무가 아닌 자율이라 소유주가 변심해 해당 건축물을 헐고 신축해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시가 직접 매입해 전세주택(시프트)으로 활용하면서 관리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일괄매입이 가장 효과적인 보전방법이긴 하나 시 재정상 일괄 매입은 힘들다”면서 “일부 매입한 공간에 주민 커뮤니티를 조성, 보전에 대한 주민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등 주민 공동체 활성화가 현재로선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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