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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모른채 ‘간’ 보기만…남북 ‘軍침’만 삼켰다
뉴스종합| 2013-04-05 11:31
대화·외교적 노력은 생략된채
마지막 수단 ‘군사옵션’만 강조
안보 컨트롤타워 ‘큰그림’ 못그려



폭주열차를 탄 듯 마냥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한반도 위기가 ‘컨트롤타워 작동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안보의 마지막 옵션인 군사적 대응이 제1 카드가 되고 있는 상황이 한반도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태국에 이어 호주 정부도 한국에 체류 중인 7000여명의 자국민 소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군사적 옵션뿐이 안 보인다=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말만 내세우고 실질적인 조치는 없다”며 “대통령도 그렇고, 국방장관도 그렇고 모두 마지막 옵션인 군사적 옵션만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위기관리의 정상적인 프로세스인 ‘남북대화→외교적 노력→군사적 행동’에서 전 과정이 생략된 채 군사적 행동만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방부 업무보고 당시 “일절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도발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을 모두 타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4일), “도발시 북한 전력 70% 5일 이내 궤멸”(3일) 등과 같은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에서도 군사적 대응조치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3일(현지시간) 펜타곤 관료의 발언을 인용, 최근 미군의 최첨단 무기 한반도 인근 전개가 두 나라 간 긴장을 키웠다고 보도했다.

한 국방성 관료는 “우리가 북한이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지금 우리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안보 컨트롤타워는 통일부는 물론 외교ㆍ국방ㆍ경제 등 모든 것을 종합적ㆍ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현재 ‘청와대는 호들갑 떠는 곳이 아니다’ ‘혼란을 주지 않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통일부로 일원화하고 있다’며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있지 정작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게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마중물’ 발언이나 계속해서 밖으로 튀기만 하는 국방부 장관의 돌출 행동 모두가 큰 그림을 그리는 컨트롤타워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간만 보고, 맛은 모른다=극단으로 치닫는 남북관계의 한 축에는 남북 모두 상대방의 진의를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새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잇따른 돌출행동으로 ‘간’을 보고 있고,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최근 예측 불가능한 도발이 왜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사태파악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 교수는 “북한의 의도는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라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교착국면을 타결해야 하는데, 대화하자고 해도 아무도 대응 안 하니 벼랑끝 전술로 나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사실 새 정부도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 “북한도 향후 5년간 자신들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을 파악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긴장관계를 극도로 높이고 있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석희ㆍ신대원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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