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수도권부터 개성까지…전력공급의 젖줄을 가다
뉴스종합| 2013-04-12 09:53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꽃샘 추위라기에는 너무 가혹한 칼바람이 불던 지난 12일 한강 하류의 행주대교에서 서해(황해)로 연결되는 운하 경인 아라뱃길의 한가운데를 찾았다. 수심 6.3m의 운하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비밀스런 속살이 있다. 지하 57m 아래에 있는 길이 2.1㎞에 달하는 해저터널에 숨어있는 전력 송배전선이다. 서인천복합, 신인천복합, 인천화력을 비롯해 포스코복합과 영흥화력까지 인천 지역 총 5개의 발전소서 만들어지는 전력이 수도 서울과 수도권 경기 북부로 공급되기 위해 거쳐야하는 전력 송전선로다.

뱃길의 동쪽 벌판에 있는 지하 연결통로로 들어가봤다. 일반 아파트로 비교하면 15층 높이를 걸어 내려가니 후끈한 열기가 치밀어오른다. 온도계는 섭씨 40℃를 가리키며 왠만한 사우나의 분위기가 연출돼 있었다.

스네이크 공법으로 설계됐다는 송전선로는 말 그대로 뱀같이 구불구불하다. 혹시 모를 충격에도 손상을 입지 않기 위해 탄성의 여유를 준 것이다. 


600억원의 건설비가 들어간 이 시설에 한국전력 인천본부는 24시간 철통 감시를 수행중이다. 박중길 한전 인천지역본부장은 “만일 이곳에 이상이 발생하면 수도권 지역 10여개 공단에 집중된 8000여개 중견ㆍ중소기업들의 전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며 “서울부터 멀게는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전력도 이곳을 거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을 갖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한민국 산업의 수도권 젖줄인 셈이다.

하지만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현재의 송전선로가 막대한 전력수송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김재승 한전 송전팀장은 “메인 송전로와 유사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송전로가 있는데 지금은 두쪽 모두 정격용량의 90%씩 사용되고 있다”며 “만일 한쪽에 이상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발전소를 일부 중단시켜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좁은 연결도로에 많은 차량이 몰려든 도심 교통정체와 비슷한 상황이어서 항상 설비 시설들의 피로도가 높은 상황. 자연스레 고장의 위험도도 높을 수 밖에 없다. 과부하로 인한 송전선 온도과열이 45℃ 이상이 되면 고장이 발생하기에 수시로 냉각수를 송전선에 뿌려주기도 한다.


절대 한 번의 고장도 용납할 수 없는 막중한 임무 때문에 한전은 이곳 시설에 24시간 전력계통 감시ㆍ제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과학화 진단장비를 이용해 타지역보다 3~4배 더 강화된 관리를 하고 있다. 심지어는 3~4월에는 산림청과 합동으로 2200여명을 동원해 송전선로 주변 산불 차단에도 나설 정도다.

이동승 한전 홍보실장은 “집안에서 편안하게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발전도 중요하지만 전기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과정 역시 고도의 기술력과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들어가게 된다”며 “세계 최고 기술력인 국내 송변전 기술력 안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yj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