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車 AS업계 질 높이겠다는데”…동반위와 재계의 동상이몽
뉴스종합| 2013-05-07 10:30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동반성장위원회가 자동차 정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것은 수년 전부터 동네 중소형 카센터들이 제기한 경영난이 가장 큰 이유다. 동네 빵집 논란과 거의 같은 모습이다.

기존 동네 카센터가 있던 곳에 대기업 정비 브랜드가 새로 들어오면 손님이 그곳으로만 몰려들어 나머지 업체들은 고사하게 된다는 것.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서 9년째 동네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조 모 씨는 “동네에 현대차의 정비 브랜드 ‘블루핸즈’가 들어선 이후 월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면서 “사실 자동차정비 업계서 대기업의 동네상권 침해는 동네빵집 사안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큰 사고가 난 차량은 제조사의 대형 정비공장에서 수리를 하고 엔진오일 교환이나 에어필터 교환 같은 간단한 경정비는 동네 카센타의 몫이었는데 이마저도 대기업에서 차지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동반위가 차정비업에 대한 대기업 진출을 차단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의 생각은 다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비 체인점들도 간판만 대기업 브랜드를 달았을 뿐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동네 카센터와 다름없는 업체”라며 “다만 체인점으로 편입되면서 철저한 제품과 서비스 관리를 받게해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구현해 경쟁력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SK나 GS등의 브랜드 정비소들은 동반위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자리를 잡은 ‘스피드메이트’ 브랜드의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그룹 경영진들의 상황을 고려해 정부와 각을 세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GS의 경우 ‘오토오아시스’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많이 출점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반위 결정에 가장 속이 타는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노사협약에 사측은 퇴직하는 생산직 근로자들 가운데 블루핸즈 정비소 개점을 원할 경우 최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이를 지원하는 약속을 해놓은 상태”라며 “동반위가 이를 제한하면 노조에 또 다른 혜택을 제안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동반위에 향후 3년 동안 지금보다 체인점을 15% 늘린 뒤에 확장을 중단하겠다고 제안한 것 역시 그 기간동안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다른 방안을 만들겠다는 속내가 녹아있는 대목이다. 동반위가 재계의 이런 애로를 얼만큼 용인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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