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기사
세계 최대 돈잔치?…알수록 재미있는 모터스포츠
뉴스종합| 2013-05-10 06:45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본능적인 스포츠.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상업적인 스포츠. 모터스포츠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모터스포츠의 원조는 로마시대 구름 관중이 끌고 다녔던 2륜 전차 경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를 만들어낸 제조자들은 마차를 대신하는 이 값비싼 발명품을 실용적인 탈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 경쟁자보다 뛰어난 성능을 입증해야 했다.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은 경주로 승부를 겨루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로마의 향수 속에 이 새로운 스포츠에 쉽게 빠져들었다.

▶F1부터 르망24까지 모터스포츠 천의 얼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모터스포츠는 종류가 수십가지에 달한다. 매 주말만 되면 전세계 각지에서 자동차 경주가 수 백차례나 치러진다.

모터스포츠의 종류는 육상을 예로 들면 가장 이해하기 편하다. 육상에는 100m달리기 허들, 마라톤, 이어달리기 등 여러 경기방식이 있다. 모터스포츠도 단거리 스피드 경기가 있는가 하면 마라톤처럼 긴 시간을 달리는 내구레이스도 있다.

일단 경기가 펼쳐지는 장소에 따라 폐쇄된 포장도로를 달리는 온로드(On road) 경기와 비포장도로를 포함한 일반도로를 달리는 오프로드(Off road)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포뮬러원(F1ㆍFomula1) 그랑프리와 미국의 나스카(NASCAR) 등은 대표적인 온로드 경주들이다. 2~6㎞ 정도의 일방통행 전용로 서킷에서 최고시속 400㎞까지 달리는 경주다.

주로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드래그(Drag)경주는 경주차 두 대가 동시에 출발해 직선 400m지점에 먼저 도착하는 쪽이 승리하는 경기다. 프랑스 르망에서 매년 24번째 주말에 열리는 르망24시(LeMan 24hour) 경주는 토요일 오후 4시에 시작해 다음날 오후 4시까지 24시간을 꼬박 달리는 대회로 대표적인 내구 레이스다.

오프로드 경기로는 WRC와 다카르랠리(Dakar Rally)가 널리 알려져 있다. 온로드 경기에 비해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절벽 등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매력이 독특하다.

이런 대회 말고도 프랑스 북동부 알프스 산악지대서 열리는 샤모니24시(Chamonix 24hour ice race)같이 눈길과 빙판도로를 달리는 스노우 레이스 등 개성 만점의 모터스포츠들이 넘친다.

▶돈 놓고 돈 먹는 非 헝그리 스포츠= 스포츠마케팅을 뺀 모터스포츠는 앙꼬 빠진 찐빵이다. 팀의 운영, 드라이버의 모든 움직임이 치밀한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관리된다. 돈이 있어야 빠르고, 빨라야 돈을 버는 스포츠다. 모터스포츠의 세계에선 헝그리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F1은 지난 2010년부터 한국 영암 대회가 열리면서 국내에도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F1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지만 오히려 마케팅에서는 이들 두 대회를 압도한다.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월드컵과 올림픽과는 달리 F1은 매달 대륙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개최되기 때문.

F1 한 개 팀의 1년 운영 예산은 약 4000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모든 자금은 99% 기업들의 투자로 충당된다. 전세계 128개국에 생중계 되고, 약 6억명이 시청한다. 경기 과정에서 미디어 노출은 경기장 펜스, 깃발, 머신 외관, 지원트럭, 드라이버 유니폼, 팀 유니폼, 레이싱 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동하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광고판을 비집고 들어가는 이유다.

심지어 관광객 증가를 노린 말레이시아 정부가 F1 자우버(Sauber) 팀에 콸라룸푸르 홍보 문구를 넣는 타이틀 스폰서를 해 국가가 F1 후원사로 나선 첫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의 제작사가 레드불팀에 후원을 해 차량 연료 보충 등을 하는 미케닉(Mechanic)들이 영화 속 다스베이더 복장을 하고 나온 적도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LG전자가 최초로 2009년 처음 F1 글로벌파트너로 참가해 지금껏 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김기완 LG전자 글로벌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은 “지난 4년간 F1 대회를 공식 후원하며 연간 수천만달러 이상의 광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빠르 놈보다 똑똑한 놈이 이겨= 4번 타자 9명을 스카우트한 야구팀을 만들었다. 홈런은 많이 터지겠지만 절대로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수비만 들어가면 작전이 불가능하기 때문. 모터스포츠도 무조건 빠른 차를 가진 팀보다는 머리를 잘 쓰는 팀이 승리를 더 많이 거머쥔다. 레이싱팀 감독들은 경주차의 성능부터 서킷의 특징, 경기 당일의 날씨, 드라이버의 운전 습관 등 복잡한 변수를 조합해 우승을 만들어 낸다. 타이어의 선택과 주유ㆍ정비 타이밍은 이들의 전략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심지어 래구레이스의 경우 기상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 경기장 주변의 인공위성까지 임대하는 팀들이 있을 정도다.

워낙 분ㆍ초를 다투는 경기다 보니 F1 팀들은 경기 도중 몇 번을 멈춰설지 작전을 짜는 것이 가장 큰 지략이 된다. 머신에 휘발유를 조금 넣으면 자주 주유 해야하는 단점 대신 무게가 가벼워 더 빠른 운전이 가능하다. 경기자나 노면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론 상으로는 휘발유 10㎏의 무게 때문에 랩타임이 평균 약 0.3초 빨라진다.

하지만 한 번 정비를 하기 위해 멈춰서면 최소한 약 19초를 손해보기 때문에 이것도 고려해야한다. 여기에 타이어 재질까지 변수로 들어가면 사람의 머리로는 계산하기 어려운 승리 방정식이 나온다. 대부분의 팀들은 변수들을 종합계산하는 자체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사안일 뿐 결정은 감독의 재량이다.

▶한국은 모터스포츠 불모지?= 국내 완성차 업체는 모터스포츠에서 아직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한 가운데 오히려 타이어 업계는 그동안 모터스포츠가 비인기 종목이었음에도 꾸준하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해외연구소(KATC)를 설립한 1990년부터 레이싱 타이어 개발을 본격화해 92년 영국 MG 오너스 클럽 시리즈 참가를 시작으로 그해 1월 영국 패스트사에 최초로 300개의 레이싱 타이어를 공급했다.

각종 국제 대회에 참가하며 상위권에 입상한 금호타이어는 2000년 대회부터 F3의 공식타이어 공급 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2002년 마스터즈 F3, 2003년 신설된 F3 유로시리즈의 공급업체로 각각 선정돼 10년 이상 공식타이어로 활약했고, 이밖에 호주 F3, 이태리 F3 등의 공식타이어 공급업체로도 선정됐다.

현대자동차도 올해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을 시발점으로 매년 최대 1000억 원을 모터스포츠에 투자하기로 했다. 목표는 3년 안에 정상권에 진입하고 그 기술력을 신차에 반영해 궁극적으로는 ‘한국산 슈퍼카’ 제작에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대학에서도 모터스포츠를 연구하는 학과들이 신설됐다. 지난 2002년 강원도 원주의 한라대학교를 시작으로 충남 보령의 아주자동차대학과 경북 안동의 가톨릭상지대는 아에 모터스포츠 학과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경기대학교는 레이싱스포츠 정규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다.대한민국의 모터스포츠 저변이 맨 아래 기본기부터 차곡차곡 만들어지고 있다.

yj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