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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면의 창조론
뉴스종합| 2013-05-28 11:37
밀어붙인다고 창조적으로 변하고, 창의적으로 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게 허우적댈 리 없다. 이미 만들어진 미래부. 없앨 수 없으니 발상을 달리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정권에서도 미래부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중국집이라 부르고, 짜장면집이라고도 하는 곳에 가면 항상 고민이 된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그래서 어떤 사람은 짜장면을 시키면서 짬뽕국물을 서비스로 달라고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한 번에 날린 메뉴가 바로 ‘짬짜면’이다. 수년 전 짬짜면이 나왔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웃을 수도 있지만, 이 짬짜면이 바로 당시에는 ‘융합’이고 ‘창조’였다. 서로 이질적인 음식이 한 그릇에 담기면서 완전히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이 짬짜면은 중국집 배달 전단지에서 거의 사라졌다. 음식이라는 콘텐츠는 그대로 놔두고 단순한 아이디어로 섞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중국집 역사상 짬짜면 이상 가는 창의적 산물이 나온 적은 없다. 중국집 전단지에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등 천편일률적이었다. 수십년째 그랬던 것 같다. 갑자기 짬짜면과 중국집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짜장면을 만드는 과학기술부와 짬뽕을 만드는 정보통신부, 볶음밥을 만들었던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합쳐져,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새로운 부처가 만들어졌다.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서 신설한 부처였다. 이름을 줄여 미래부라 불리는데, 이것만 놓고 보면 미래적이다. 그러나 이런 미래부가 짬짜면 이상 가는 부분이 없어 보여 아쉽다.

과거에도 과학기술부가 있었고,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대한민국은 대단히 창조적인 나라는 아니었다. 그런데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짬짜면으로 섞어 놓는다고 대단히 창조적인 산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 뻔하다.

일순간 유행할 수 있는 짬짜면을 만들 수 있겠지만, 세상을 놀래고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게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이 셋의 융합으로 더 획기적이고, 더 창의적인 뭔가 ‘새로운 것(Something New)’을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

신설 조직이다 보니 엄청나게 비대한 조직이 됐다. 여기저기서 모이다 보니 서로 커뮤니케이션은 안 된다. 오히려 이들 미래부 공무원들에게 책상에 앉아 각종 공문을 만드는 통상적인 업무가 아니라 인문학 책을 읽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상상하라고 하면 훨씬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올 수 있다.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는 생각들을 찾아오라고 하면 더 획기적이고, 미래부의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번뜩이는 창조물이 나올 수 있다. 창조와 상상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당초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어 창조와 상상과 창의성을 강요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강요하고, 밀어붙인다고 창조적으로 변하고, 창의적으로 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이렇게 허우적댈 리 없다. 이미 만들어진 미래부. 없앨 수 없으니 발상을 달리 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정권이 아니라 다음 정권에서도 미래부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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